[논단] 시장경제의 선결과제 .. 정광선 <중앙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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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자유시장경제가 자리잡기 어려운 이유는 너무 많은 규제
때문이라고만 믿어 왔었다.
그러나 기아그룹 부도의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혼돈은 우리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시장경제 질서를 존중하지 않은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즉 시장경제를 하려면 규제혁파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의 사고와 행동
양식을 시장경제와 부합되게 고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기아 부도의 1차적 책임자인 경영진이 그동안 취한 태도는 주식회사
한국의 진로를 암담하게 하는 것이었다.
기아가 실패한 것은 인간이 지닌 한계로 인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오류에 기인한다고 치자.
그러나 그러한 오류를 발견했을 때는 이를 즉각 시정하고 기업의 이해
관계자들, 특히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최우선적으로 취했
어야 했다.
기아 경영진은 수년전 모재벌에 의한 인수설이 나돌았을 때 "경영권 수호"
를 공개적으로 천명한바 있고 최근의 부도상황에서도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경영권 경쟁이 진행중일 때 양식있는 경영진이 취할 태도는 왜
자신들에 의한 경영권 유지가 주주들에게 더 큰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가를 설득시키거나, 아니면 보다 더 큰 주주가치를 제시하는 인수희망 기업
들을 대상으로 경매를 실시하는 것이다.
부도상태에서도 경매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지위보전에 집착한 태도는
시장경제의 관중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주주가 재산상의 손실을 입었고, 얼마나 많은
종업원들이 직장을 떠나야만 했으며, 얼마나 많은 협력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는가를 되돌아보라.
현행법은 경영자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duty of care)를 부과하고
있으나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그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중단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효력을 지니지는 못한다.
그래서 경영자들에게 좀 더 엄격한 행동규범을 부과할 필요가 있으며
최소한 선진국에서와 같이 충성의무(duty of loyalty)까지를 포괄하는
수탁자의무(fiduciary duty)를 명문규정화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또다른 집단은 자기들이 무엇을
위해 고용되었는지도 모르는 듯한 채권은행 경영자들이다.
이들도 주주와 예금자의 대리인으로서 평소 부실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부도가 발생하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의무를 진다.
설사 엄청난 외압이 있다 해도 그에 저항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고용주인
주주들에 대한 의무이다.
기아의 제3자인수가 채권기관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면 바로 그것이
주주의 명령임을 알아야 하며 정부나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그것을 실현시켜야 했다.
현재 한 은행의 경영진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이 한보사태와 관련하여
어렵사리 진행중에 있으며 이 사건은 금융기관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부가 이미 천명한대로 경영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단독주주권이 인정돼야만 경영자들의 주주경시 태도가
조금이라도 변하게 될 것이다.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는 기아 노조, 정치인, 정부 관료들과
심지어는 시민단체들에 의해서도 저질러졌다.
기아 노조는 채권단의 법정관리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을 벌였다.
이것이 채권단 결정에 대한 항의이기 보다는 정부개입에 대한 항의라면
이해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부도기업의 운명을 법테두리 내에서 채권자가 결정하는 것은 자본
주의의 기본원칙이며 이러한 채권자의 권한에 항거하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인들과 일부 방향감각을 상실한 시민단체들은 "기아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를 살린다는 것이 현 경영진의 경영권유지, 제3자인수를 배제한
기아의 독립, 또는 파산과 청산방지 가운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이러한 주장은 기업경영권시장의 존재를 부정하고 경제원리를 부정
하는 것과 같다.
경영권은 기업자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영자팀에게
이전되도록 하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보다 큰 기업은 퇴출시키는 것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길이다.
일부 행정관료는 산업은행 채권의 주식전환 결정이 있기 훨씬 전에 이미
"현정권하에서의 제3자인수는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제3자인수 여부는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할 일인데도 정부가 이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월권적 언행이었다.
기아 처리가 그토록 지지부진했던 것은 시장경제 원리의 작동을 방해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질서파괴 행태에 그 원인이 있다.
시장경제주의가 실패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아사태는 아직 우리에겐 시장경제를 실험할 준비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것은 시장경제를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를 우리에게
깨우쳐준 황당한 사건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
때문이라고만 믿어 왔었다.
그러나 기아그룹 부도의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혼돈은 우리 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시장경제 질서를 존중하지 않은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즉 시장경제를 하려면 규제혁파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의 사고와 행동
양식을 시장경제와 부합되게 고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기아 부도의 1차적 책임자인 경영진이 그동안 취한 태도는 주식회사
한국의 진로를 암담하게 하는 것이었다.
기아가 실패한 것은 인간이 지닌 한계로 인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오류에 기인한다고 치자.
그러나 그러한 오류를 발견했을 때는 이를 즉각 시정하고 기업의 이해
관계자들, 특히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최우선적으로 취했
어야 했다.
기아 경영진은 수년전 모재벌에 의한 인수설이 나돌았을 때 "경영권 수호"
를 공개적으로 천명한바 있고 최근의 부도상황에서도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경영권 경쟁이 진행중일 때 양식있는 경영진이 취할 태도는 왜
자신들에 의한 경영권 유지가 주주들에게 더 큰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가를 설득시키거나, 아니면 보다 더 큰 주주가치를 제시하는 인수희망 기업
들을 대상으로 경매를 실시하는 것이다.
부도상태에서도 경매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지위보전에 집착한 태도는
시장경제의 관중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주주가 재산상의 손실을 입었고, 얼마나 많은
종업원들이 직장을 떠나야만 했으며, 얼마나 많은 협력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는가를 되돌아보라.
현행법은 경영자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duty of care)를 부과하고
있으나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고 그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중단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효력을 지니지는 못한다.
그래서 경영자들에게 좀 더 엄격한 행동규범을 부과할 필요가 있으며
최소한 선진국에서와 같이 충성의무(duty of loyalty)까지를 포괄하는
수탁자의무(fiduciary duty)를 명문규정화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또다른 집단은 자기들이 무엇을
위해 고용되었는지도 모르는 듯한 채권은행 경영자들이다.
이들도 주주와 예금자의 대리인으로서 평소 부실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부도가 발생하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의무를 진다.
설사 엄청난 외압이 있다 해도 그에 저항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고용주인
주주들에 대한 의무이다.
기아의 제3자인수가 채권기관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면 바로 그것이
주주의 명령임을 알아야 하며 정부나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그것을 실현시켜야 했다.
현재 한 은행의 경영진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이 한보사태와 관련하여
어렵사리 진행중에 있으며 이 사건은 금융기관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부가 이미 천명한대로 경영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단독주주권이 인정돼야만 경영자들의 주주경시 태도가
조금이라도 변하게 될 것이다.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는 기아 노조, 정치인, 정부 관료들과
심지어는 시민단체들에 의해서도 저질러졌다.
기아 노조는 채권단의 법정관리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을 벌였다.
이것이 채권단 결정에 대한 항의이기 보다는 정부개입에 대한 항의라면
이해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부도기업의 운명을 법테두리 내에서 채권자가 결정하는 것은 자본
주의의 기본원칙이며 이러한 채권자의 권한에 항거하는 것은 자본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인들과 일부 방향감각을 상실한 시민단체들은 "기아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를 살린다는 것이 현 경영진의 경영권유지, 제3자인수를 배제한
기아의 독립, 또는 파산과 청산방지 가운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이러한 주장은 기업경영권시장의 존재를 부정하고 경제원리를 부정
하는 것과 같다.
경영권은 기업자신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영자팀에게
이전되도록 하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보다 큰 기업은 퇴출시키는 것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길이다.
일부 행정관료는 산업은행 채권의 주식전환 결정이 있기 훨씬 전에 이미
"현정권하에서의 제3자인수는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제3자인수 여부는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할 일인데도 정부가 이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월권적 언행이었다.
기아 처리가 그토록 지지부진했던 것은 시장경제 원리의 작동을 방해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질서파괴 행태에 그 원인이 있다.
시장경제주의가 실패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아사태는 아직 우리에겐 시장경제를 실험할 준비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것은 시장경제를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를 우리에게
깨우쳐준 황당한 사건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