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산에 가느냐고 묻고,그러면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지만 우리 동아생명 산악회원들에게는 그런 질문이 필요없다.

왜냐하면 우리 회원에게는 산에 가는 것이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는 여러 동호인 서클이 있지만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모임이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10년 전통의 "동아생명 산악회"일 것이다.

보통 회사내의 동호인 서클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나 우리
산악회는 독특하게도 30여 구성원의 직급별 분포가 거의 같다.

그러다 보니 여자 회원이 좀 적은것 같지만 그 점 때문에 희소가치가
있어서 더욱 좋지 않겠는가.

구성원은 그렇다치고 연간 산행횟수를 친다면 동아생명 산악회처럼
활기찬 모임을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매월 근교 정기산행에 봄 가을 장거리산행 뿐만 아니라 매주 목요일
퇴근후 일부 회원은 거풍회와 함께 북한산 야간 산행까지 감행하니
그야말로 완전히 산에 홀딱 빠진 모임이다.

북한산 야간 산행의 묘한 즐거움(?)이 사내 여기저기 소문나 거풍회
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영업국에까지 유행하게 되었다.

동아생명 산악회는 완전히 산에 푹 빠진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산에 가는 재미만큼 또다른 재미가 있다.

바로 뒤풀이다.

우리 산악회 총무인 홍태표 과장과 강경복 대리의 노고에 힘입어
이루어지는 뒤풀이는 서로 걸쭉한 입담과 호탕한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음꽃을 피우는 관계로 산에는 별 취미가 없어도 이 뒤풀이
때문에 참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듯 싶을 정도다.

지난 장거리 산행시는 소백산 배점리 민박집에서 모닥불을 밝히고 밤을
지새우며 정을 나누다 다음날 새벽 비로봉을 오르며 고생한 회원도
있었지만 그 또한 쉬 잊혀지지 않을 추억의 하나다.

다가오는 11월 정기총회 산행코스인 재약산 사자평의 그 장엄한
억새군락 사이를 헤짚고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닥거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