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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섬우화] (257) 제8부 누가 인생을 공이라 하던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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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커피를 한잔 끓여서 그 향기를 음미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그녀는 친구 은자 정도려니 하고 무심코 수화기를 들다가 깜짝 놀란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박광석 문안 올립니다.

    야단치셔도 할 수 없고 저녁 약속을 해주신다면 더욱 더 황송하구요.

    박사님, 용서해 주십시오"

    그녀는 깔깔 웃다가, "무얼 용서할 만큼 잘 못 하셨습니까?"

    "아니라면 정말 행복해요.

    눈물이 날 만큼 행복합니다.

    박사님이 웃으시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다시는 무례한 짓을 안 하겠어요?"

    "물을 안 업지르게 제발 좀 그렇게 냉정하게 대하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박사님"

    "저, 오늘 밤에 저녁을 사드릴게요. 됐어요? 그럼"

    "으아, 이거 어떻게 잘 못 들은 것은 아닙니까? 정말이지요? 자꾸
    물 엎지르는 남자에게 저녁을 사주신다구요?"

    "네, 그렇대두요"

    그녀는 간단 명료하게 잘라 말한다.

    "지금 커피마시고 계셨지요? 혼자서"

    "네 그래요. 뭐가 잘 못 됐어요?"

    "한참 잘 못 됐지요.

    박사님 청춘은 이제부턴데, 너무 엄하게 살다가 시간 다 놓치고,
    노총각들 다 장가들고 나서 후회하지 마십시오. 나는 임자가 없어서
    공박사님께 프로포즈를 할 자격이 있습니다.

    한다는게 아니구요, 자격이 있다 그 말씀입니다. 하하하"

    그는 영 엉뚱한 남자다.

    그러니까 공인수 너도 나의 리스트에 있다 그 말이 아닌가? 얼마나
    귀여운 프로포즈냐? "저녁에 제가 병원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겠습니다.

    차도 찾아다 드리고요.

    오늘은 압구정동에서 상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의 집도 바로 요기, 그 근처거든요. 논현동이에요"

    그녀는 너무 전광석화같이 빙빙 돌아서 잠시 침묵을 지킨다.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노총각의 성급한 여러 고백들이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이다.

    "꿈 좀 깨라고는 하지 마십시오. 아주 심사숙고하고 10년간이나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하고 나니 좀 싱겁긴 해도 역시 박광석이 너는 실속이
    있는 놈이다, 아무리 여왕님 같은 여자라도 한번 겨냥을 했으니 십년공부든
    7년공부든... 아무튼 골인만 하면 장땡이 아닙니까?"

    "왜 아침부터 술도 안 취했을 터인데 헛소리 자꾸 하세요.

    차 가지고 와서 병원에서 커피나 한잔 하시지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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