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연속 상한가행진을 거듭해온 서울외환시장에 외환당국의 강력한
경고메시지가 전해졌다.

당국은 30일 오전부터 강력한 매도 개입에 나서 이날 상승제한가격인
9백84원70전까지 오른 환율을 한때 9백50원 수준까지 주저앉혔다.

달러당 1천원 돌파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였다.

그러나 곧 종금사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매수세력이 나타나고 기업들도
여전히 수출대금을 풀지않아 환율이 다시 8백65원 수준까지 오르는 등 상승
심리와 억제세력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학생부모와 해외여행객 등은 적당한 매입.매수시점을 포착
하기 위해 장시간 환전소에 머물기도 했다.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30일 개장 8분만에 하루변동폭 상한까지
폭등하자 외국환 은행딜러들은 크게 당황한 모습.

전날 재정경제원이 발표한 금융종합대책이 완전히 무색해진 양상이었다.

그러나 외환당국이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수억달러규모의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반전.

외환딜러들은 "당국의 대반격이 시작됐다"며 일제히 긴장하는 모습.

지난 3월 환율이 가파른 오름세를 거듭할때 당국이 무려 15억달러이상을
풀어 달러당 28원이나 떨어뜨린 경험을 상기하기도.

한은관계자도 "투기용으로 달러를 매입한 기관들이 이득을 보도록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고 경고.

<>.환율이 9백50원 수준으로 내려앉자 외화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던 종금사
들이 매수세력을 형성, 2억달러이상을 매입.

그러나 기업들과 은행들은 관망자세를 유지하며 성급한 매입.매수를 자제
하는 기색이었다.

딜러들은 "당국이 당분간 달러당 1천원선돌파를 용인하지 않을 것같다"며
"오후 3시께 9백65원선에 다시 현물환개입이 나온 것도 전날 종가(9백64원)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

<>.이날 환율이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자 환전소를 찾은 일반인들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

은행지점에 고시된 환율이 시시각각 달라지면서 환전창구에 매입시점을
문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그러나 당장 31일부터 국내외예금이나 소지를 목적으로 한 외환매입이
전면 금지되는데다 여행 송금 유학등 실수요거래를 위한 매입이라 할지라도
지급일이전 5일이내에만 매입이 허용되기 때문에 각 은행창구들은 환전객들로
상당히 붐볐다.

이날 암달러시세는 전날 정부의 발표탓인지 오전 9시께 달러당 1천원대이하
로 주저앉았으나 오후들어 환율상승과 함께 다시 1천원 수준을 회복.

<>.홍콩과 런던 등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때 "서울에서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할수 없다"는 소문이 나돌아 외환딜러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이같은 소문은 네덜란드계 B증권사가 주식을 매도,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
하는 과정에서 희망하는 만큼의 달러화를 얻지 못한데서 기인.

이같은 소문은 순식간에 국제금융시장으로 전해져 국내외환딜러들은 외국
딜러들로부터 사실여부를 확인받는라 분주.

그러나 실제는 B증권사가 원하는 만큼의 달러를 구하지 못한게 아니라
계산착오였던 것으로 밝혀져 근거없는 소문으로 판명.

외환딜러들은 이를두고 국내외환시장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국내에 달러가
없어 구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겠느냐고 촌평.

<>.재정경제원은 29일 발표한 강경식 부총리 담화문과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첫 반응이 환율 급등및 주가폭락으로 나타나자 "이거정말 큰일났다"며
망연자실.

외환관계자들은 "정부조치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외자유입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핸드백부대들까지 달러화 사자에 나서고 있다"며
자탄.

외환거래가 3일째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자 그간 방임적 태도를
취해던 강부총리도 적극 개입으로 선회, 그동안 금과옥조로 여겨오던 시장
경제원리를 포기하는 인상.

한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과 은행에 전화를 걸어 달러화 매입을 자제하고
네고에 나서 줄 것을 "협박반 당부반"으로 요청한뒤 이같은 전달내용을
이례적으로 변동에도 소상히 공개.

이같은 창구지도로 개장초 이달의 가격제한 치인 달러당 9백84.70원까지
상한가로 치솟으며 거래가 중단됐던 환율은 오전중 9백60원대로 급락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연출.

재경원은 일반인의 불요불급한 달러화 매입 금지조치를 당장 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 상황의 절박성을 자인.

<>.재경원은 증시부양대책이 빠진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투자자로부터
실망감을 안겨줄 것으로 이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30일 시간이 갈수록
주가의 하락폭이 커지자 허둥대는 모습.

한 관계자는 "원화가치의 안정없이 증시안정도 없다"면서도 "투신사의
근로자주식형수익증권 발매 허용등 직접적인 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대책이
윗선에서 하나도 수용되지 않은 것을 두고 투자자의 항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하소연.

재경원의 증권 담당자들은 당분간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우위를 유도하면서
시장이 자율반등을 보일 때까지 지켜볼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