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폭락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겹치면서 수출입, 해외수주,
외환조달 등 기업들의 해외거래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로인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년도 수출목표는 물론 해외관련사업을
확정짓지 못하는가하면 수입원자재 가격의 인상부담을 내수판매에 반영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달러환율이 이틀째 하루 변동제한폭까지
치솟으면서 해외바이어나 국내공급선 양쪽이 서로 관망하는 바람에 일부
품목의 수출입상담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대 삼성 대우 등 대기업그룹도 금융시장을 통한 달러조달이 불가능해지자
실수요증명서로 한국은행에서 공급하는 달러에 의존하고있는 실정이다.

해외수요가 격감하면서 기존계약분에 대한 신용장 개설이 지연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계약파기나 단가인하요구가 다른지역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종합상사들은 여러나라의 경제상황과 환율을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구상무역 등 복합거래는 거의 포기했다.

리스크를 우려한 나머지 신시장개척이나 신규바이어 발굴도 기피하는
실정이다.

건설 플랜트 등 해외수주의 경우에도 주력인 동남아시장이 거의
마비되면서 현지 활동마저 대부분 잠정 중단상태다.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일본 동남아 등
경쟁상대의 환율또한 같은 추세여서 수출경쟁력에 크게 보탬도 안된다"고
말했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