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없애야 한다 ]

곽만순 < 카톨릭대 교수 >

최근 30대 그룹에 속하는 일부 대기업집단조차 공중분해되거나 파산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대기업그룹들이 이토록 취약한가에 대해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대기업그룹들이야 말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
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선도해 갈 주체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과거 뿐 아니라 현재의 정부에서도 경제력집중문제는 경제개혁에
있어 커다란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여 왔다.

이처럼 대기업그룹문제가 상존하게 된 이유는 결국 지금까지 대기업그룹정
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현행 대기업그룹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벌의 여러 측면중에서 어떤
부분이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이며 어떤 정책목표와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철저한 검증없이 경제환경에 따라 정책이 표류하여 온 점이다.

이에따라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시장에서의 경쟁압력에 의해 해결될 사안과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사안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왔다.

따라서 향후 대기업그룹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경쟁의 공정성" 확보와
소위 정부가 정책도입배경으로 주장하는 효율성, 형평성문제를 우선 구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소위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해서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
하나 효율성은 명백한 시장의 실패가 없는 한 시장에서의 경쟁에 의해 평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그룹문제의 다면성을 고려할 때 "공정한 경쟁의 틀"의 확보에
정책우선순위가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소유집중 다각화 선단식경영 등의 정책목표는 경쟁제고를 통해 순취되거나
타정책의 틀안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공정거래법은 본래의 입법취지에 맞게 경쟁촉진법
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초점은 경쟁제한적 제도및 관행을 철폐함과 동시에 정부가
자원배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기업의 행태를 규제하는 관행을 탈피
하는데 맞추어져야할 것이다.

또한 소위 경제력 집중의 억제라는 불분명한 목표를 위해 도입된 기업집단
지정제도 역시 폐지되거나, 지정대상을 대폭 축소시켜야할 것이다.

또한 시장경제체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기본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해 나가야할 것이다.

경쟁의 기본원리는 비효율적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하고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기업은 더욱 성장하는데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