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긴급 시장대책회의에 참석한 각 증권사 사장단들은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

연영규 증권업협회 회장은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증시부양책을 건의하겠다고
밝혔고 정부정책 실패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이 제기되기도.

연회장은 "무엇보다 기아사태가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증시가 회복될수 있다"며 "다음주 신한국당 당직자들과의 만남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강력하게 증시부양책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종 동서증권 사장은 "결국 증시회복의 열쇄는 현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정부당국과 정치권이 쥐고 있다"며 "주가폭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역설.

<>.증권사 사장단들이 상품주식 매도자제 결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낙관적인 증시및 경제전망이 제기되기도 해 눈길.

종합주가지수가 크게 하락한데다 실물경제 지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올해 GDP 성장률이 6%대로 예상되고 두자릿수 수출증가율도 가능한데다
물가도 비교적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돼 양도차익 비과세가 다음주중
시행되면 일본계 자금을 포함해 많은 외국계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연영규 증권업협회 회장은 "다음주중 증권사 국제담당 임원을 중심으로
일본에 투자유치단을 파견해 일본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며 "노무라증권
은 일본계 자금의 국내증시 유입규모를 1조5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오전 7시30분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가진 투자신탁협회 회장단
회의는 자못 심각한 분위기로 일관.

이들은 주가가 이만큼 폭락한 상태에선 적극적으로 사들여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날부터 순매수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일각에선 인위적인 매수우위 결의가 시장기능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일부 참석자가 "매매운용이야말로 시장자율에 맡겨야 할 대목"이라며
"언제까지 이같은 (순매수) 결의를 해야 하느냐"며 푸념.

그럼에도 주식시장이 붕괴조짐을 보일 정도로 추락한 상황이어서 기관들이
현수준을 저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일반인들의 투자심리를 안정
시킬수 있다는 점에는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

한 참석자는 또 "우리는 줄곧 사들여왔는데 다른 기관에선 다들 내다팔고
있으니 문제"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이날회의엔 김유상 투자신탁협회장, 변형 한국투신사장, 김종환 대한투신
사장, 이창식 국민투신증권사장, 하진오 제일투신사장, 양만석 고려투신운용
사장, 안광우 신한투신운용사장, 윤희육 교보투신운용사장 등이 참석했다.

<>.투신 회장단회의에선 기아사태 등 시장외적인 악재를 꼬집는 강도높은
대책을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

증시를 되살리려면 일반인과 외국인의 발길을 되돌릴수 있는 여건이 마련
돼야 한다는 것.

이날 참석자들은 순매수결의 등의 시장내적인 요인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이제는 기관들도 기아문제 해결을 거론해야 할 상황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 참석자는 "옛날같으면 긴급조치라도 발동돼야 할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대책과 기아사태의 조기해결책 마련을 대정부 건의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

열띤 논의중에는 "최근 기아문제 등이 중환자에 비유되는데 이를 치유하려면
화의든 법정관리든, 아니면 3자에게 넘기든 좌우당간 처방전이 빨리 나와야
한다"거나 "국민경제를 볼모로 삼고 시간을 끄는 처사는 더이상 용납될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