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중인 주식시장이 외환시장에도 충격을 미쳐 외환위기가 생겨날지
모른다는 조심스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격으로 17일에 발생한 북한측의 인질사건은 한국의 국가위험도
(컨트리 리스크)를 재부각시키면서 악재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그동안 9백14원대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원.달러 환율을 갑자기 상승세로 돌려 놓으면서 9백15원대 돌파를 시도하게
만든 주범으로 증시침체를 꼽고 있다.

중견기업 부도로 까지 확산되는 부도사태를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한 댓가
라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와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기의식->주식매도->환전으로
인한 달러화수요->환율 상승"이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외국인들의 달러수요는 당국의 정책의지와 무관하게 형성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시중은행의 딜러는 "9백15원대를 용납치 않겠다는 외환당국의 입장을 외국인
투자자들도 수용하겠느냐"며 "증시의 추가침체는 환율위기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딜러는 "9백15원대가 무너지면 단숨에 9백30원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상승기조를 보였던 최근 2~3일동안의 매매기준율 동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의 영향은 외환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화자금난을 또다시 악화시키는 직격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상당규모의 외화자금을 국내금융기관에 지원하고 있는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그룹계열사 종금사들의 경우 자체자금사정이 여의치않아 모기업인
그룹으로부터 원화를 지원받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로 바꿔 상환용 외화자금
을 마련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밝혔다.

따라서 환율이 급등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급전 구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져
외화자금난은 가중될게 뻔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증시침체가 외환시장에 가하는 충격파를 흡수할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중은행의 외화담당임원은 "시장개입을 통한 당국의 환율 안정정책은
외환보유고 사정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현재 경제난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밝히는 것만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이와함께
숏포지션(매도) 한도를 조기에 확대하는 등의 보조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