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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섬우화] (241) 제8부 누가 인생을 공이라 하던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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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인생을 공이라 하던가?"

    한국에 돌아온 공인수박사는 하늘이 무너져 내린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일단 자기의 패배와 불운을 수긍하기로 한다.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들은 사실 늘 너무 멀리 있었다.

    몸이 천리면 마음도 천리인건가?

    "엄마,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예정보다 너무 빨리 돌아온 어머니의 석연찮은 모습에서 미아는 뭔가를
    느끼지만 자기 어머니가 여직 성처녀같은 이미지로 지내온 만큼 진짜
    이유를 알아낼 수는 없다.

    짐작은 가지만 또 비밀로해야 권위가 선다면 알려고 그럴것도 없잖은가?

    "어머니, 나는 어머니의 처방대로 문수와 만나게 됐고 너무나 하루하루가
    재미있게 되었어"

    "정말 고맙구 신통하구나. 엄마말 잘 들어줘서 고마워"

    "문수는 옛날의 못난이 개구장이가 아니야. 그애는 개발코를 성형해서
    아주 멋있는 코 큰 남자가 됐고 그 엄마는 역시 시인다운 기발한
    아이디어로 그 애를 아주 멋쟁이로 만들었어.

    골프도 치고 수상스키도 하고, 남이하는 모든 상식적인 운동은 다
    하더라구. 이젠 내가 오히려 올드팻션의 아가씨로 딱지 맡게 되었어.

    하지만 그애가 가지고 있는 나에대한 순정은 여전해. 나에게 대학에만
    붙으면 골프를 가르쳐 주겠대.

    그리고 골프채중에 제일 좋은 것을 선물로 바칠거래.

    그러니까 나더러 대학에만 붙으라는 거야.

    엄마, 혼마 휙스타가 제일 좋고 비싼 골프채래. 문수는 진짜 용됐어"

    미아는 며칠 사이에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되었다.

    또래끼리의 연애는 가장 바람직할 것 같다.

    "엄마는 네가 자기자신으로 되돌아와서 정말 기쁘다.

    에미는 딸의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 말, 실감나"

    그러면서 공박사는 그녀를 붙들고 자기 설움에 소리없이 흐느껴운다.

    자기의 딸은 이렇게도 쉽게 변신을 하는데 자기는 왜 그 잘난 남이
    남편을 붙들고 7년이나 허송세월을 했을까?

    더구나 이렇게까지 허망한 종말을 맞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면서 애꿎은
    세월만 죽인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죽었을때처럼 서럽게 서럽게 몇일을 울면서 보낸후 싹
    씻은 듯이 일어선다.

    그것은 스스로 내린 진단에 의한 의학도로서의 공인수, 그녀다운
    철학이다.

    그녀는 결코 지나간 일을 붙들고 미련을 갖거나 서러워하는 것은
    자기답지 않다, 지성인답지 않다는 그녀 본성대로의 칼로 싹 비어버리는
    매운 성칼에 의한 자가치료였다.

    미아는 어머니와 함께 헬스클럽으로 가서 수영도하고 기구운동도하며
    엄마와 친구가 되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공박사가 구체적인 어떤 언질을 주지는 않지만 뭔가 맒소할 좌절을 겪은
    어머니를 당장 옆에서 도울수 있는 사람은 자기라는 판단때문이었다.

    "엄마, 이번 여름에는 시인어머니랑 의사어머니랑 같이 바닷가에 가요.

    한국도 좋고 외국도 좋아. 하와이 정도면 더욱 좋겠대. 문수가 그러는데
    나의 어머니와 자기 어머니는 옛날부터 자기네가 죽을때까지의 친구로
    남고 싶어서 우리를 결합시키려고 했다는데 맞수?"

    "맞을지도 모르지. 우리들은 언제나 진실한 마음의 친구가 필요한거니까.

    문수와 네가 결혼하면 우리는 한 가족으로 다시 구성될수도 있으니까"

    그녀는 민박사를 마음속에서 잃음으로써 그 버금가는 사람을 찾아 마음을
    위로받고 싶었다.

    인간이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는 문수의 어머니는 가장 비슷한 클라스의 의식을 가진 마음이
    통하는 친구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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