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50년이 지난 현재 남북한 경제협력은 한마디로 보잘 것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남북한 양측은 목적은 서로 달라도 경제협력과 교류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 긴장과 화해국면을 되풀이하면서
경제분야에서 협력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북경제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기업은 한국통신 삼성전자
LG전자 한화 고합물산 한일합섬 국제상사 코오롱상사 신원 등 모두
21개업체다.

이중 실질적으로 대북 협력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협력사업 승인업체"는
대우 태창 한전 한국통신 등 4개업체뿐이다.

물론 90년대 들어 북한의 경제지표중 악화되지 않은 것을 꼽으라면
남북교역과 관련된 지표일 만큼 남북교역이 꾸준히 이어지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남북교역은 96년의 경우 수해로 인한 생산차질로 95년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96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들어 지난 1~5월중 총교역액은 96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증가해
95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남북교역중 주목해야할 부문은 단순교역에 비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위탁가공이다.

위탁가공은 남북교역이 다소 부침을 보이던 시기에도 꾸준히 증가했으며
총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년 15.2%에서 96년 24.7%로 크게 확대됐다.

위탁가공의 경우 우리 기업이 지역적 제한없이 북한의 노동력과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남북경협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좌우돼왔었다.

남북교역이 반입위주로 전개되고 있고 북한으로의 반출의 경우 정치적인
사안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교역승인에 있어서도 자동승인(주무은행)과 제한승인(통일원)이 있는데
역시 정치관계의 진전에 따라 제한승인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입승인의 경우 지난 93년에는 전체교역액의 4.6%였으나 94년 9.4%,
96년 9.2%였다.

반출승인은 93년 13.5%에서 94년 30.3%로 급격히 늘어났다가 96년
12.3%로 떨어졌다.

교역이 주로 대기업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체 교역액의 70%이상이 5대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4년의 경우 삼성물산 대우 LG상사가 반입총액의 53%,반출총액의
50%를 차지했다.

지난 88년부터 96년까지 이들 3개업체가 반입총액의 42.7%, 반출총액의
37.3%를 차지하고 있다.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경협과 관련한 "정경분리"원칙
확립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경분리의 원칙하에서 기업 스스로 유망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나진.선봉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투자여건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유일하게 문을
열어놓은 곳이 나진.선봉지역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의 기술수준, 노동력의 질,
사업관행, 원부자재 등의 생산환경을 파악하는 통로로서 나진.선봉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체의 협력과 정보공유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정부와 기업체의 협력체제가 잘 돼있다.

아직 미수교관계이지만 일본인의 북한방문이나 북한인의 일본방문도
어렵지 않다.

이런 조건에서 일본기업은 북한에 대해 우리기업보다 더 구체적인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제도적 뒷받침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교역절차 간소화, 교역분야 확대, 중소기업참여유도, 직접교역화,
통행안전보장장치마련, 과실송금협정 등 행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