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오후 2시 북한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에서는 역사적인
대북 경수로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경수로사업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남북간 인적
물적교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사실상 초대형 남북경제협력사업이다.

오는 2004년까지 1천MW급 경수로 2기가 건설될 경수로사업에는 연인원
1천만명이 참여하게 되며 공사가 본격화되면 하루에 최대 7천명까지 공사에
참여하게 된다.

지난 89년이후 올 상반기까지 남북간 인적교류가 2천1백81명(북한방문
1천6백6명, 남한방문 5백75명)인 점에 비춰볼 때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물적교류 또한 엄청난 규모다.

북한에 운반될 건설중장비, 기자재 등 총물동량이 1백만t에 달해 남북간
수송분야 교류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근 콘크리트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1.5배, 전선이 서울~부산간을
5회 왕복할 만큼 필요하다고 한다.

부품수만도 5백만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사무소에는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한 외교관이
상주하고 있으며 주계약자인 한전도 신포현장사무소를 개설했다.

신포와 남한을 연결하는 직통전화가 개설됐는가 하면 남북간 우편교류
업무도 이미 시작됐고 경수로사업 물자운송을 위한 남북간 해로도 개설됐다.

특히 북한의 노동력과 물자도 상당부분 공사에 참여함으로써 경수로사업이
진행되는 신포현장은 남북교류의 무대로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된다.

착공후 4~5년쯤 지나 경수로사업이 절정을 맞을 2000년대초에는
약 7천명정도의 근로자들이 사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중 십장급 이상 숙련기술자들은 국내 인력이 맡게 되는데 그 규모가
1천명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천명의 남북한 근로자들이 하루 8시간 이상씩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생활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협상과정에서 향후 남북교류의 제도마련에 참고가 될 수 있는 많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그동안 경수로 협상과정에서 북한과 합의한 출입국 통관 노무 통신
의료부문 등의 협의내용은 앞으로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결국 경수로사업은 단순히 북한의 전력난 해소를 돕는다는 차원을 넘어
남북간 인적 물적교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킴으로써 통일비용을 줄이는데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