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초 맨해튼 3번 애버뉴 119가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할렘의 심장부"로 통하는 이곳에서 "동할렘 산업공단"기공식이 치러진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뉴욕주 및 시정부가 총동원돼 조성에 들어간 이 공단은
20년만의 첫 할렘지역 투자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뉴요커들만이 아닌 미국
전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에 불어닥치고 있는 "변신"의 바람은 가난과 범죄에 버려져 있던
뉴욕 할렘가에까지 훈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공단에는 목재 건설자재업체인 뉴욕플로링사가 내년 봄 첫 입주키로
한 것을 비롯 건자재 유통업체인 에이포설사 등 30여개의 크고 작은
공장.점포가 들어설 예정이다.

역사적인 이 공단의 기공식장에서 동할렘 상공회의소의 헨리 캘더론
회장은 "전세계에 "메이드 인 할렘"제품이 깔릴 날이 멀지않았다"며
감격했다.

할렘인들에게 있어 이 산업공단 조성은 "부활"의 의미를 갖는다.

50년대까지만 해도 뉴욕 상공업 중심지로 20만5천여명이 몰려 살았던
이 지역은 당시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유태인과 네덜란드계 이민들이
맨해튼 남부로 이주하고 흑인 빈민들이 빈 자리를 메우면서 "강력 범죄가
난무하는 슬럼(빈민가)"의 대명사로 탈바꿈했다.

지난90년 현재 인구는 11만명으로 50년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흑인 종교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돼 온 "할렘 새마을
운동"은 93년 이후 이 지역에서의 범죄 발생률을 36%이상 떨어뜨리는 등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여기에 "뉴욕 이미지 쇄신"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할렘 재개발을 추진해
온 시정부의 지원까지 가세하면서 할렘의 변신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