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붕락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은 투매로 일관하며 증시를 떠나고 있다.

정책당국의 안일함을 탓하는 격앙된 목소리도 들린다.

신한국당의 총재가 증권거래소를 방문해도 선물하나 없어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일반투자자 뿐만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투자신탁회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증권정책당국의 존재의의를 모르겠다며
정책부재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모투신 K주식운용역은 "투자심리가 살아나려할때 증시부양책을 적절하게
발표해야 하는데 정책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며 "이번 주가폭락은 정책적
으로 증시대책의 타이밍을 놓친 결과"라고 꼬집었다.

특히 재정경제원이 지난 9월 국내증시를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분석자료를
낸 것이 정부의 무사안일을 드러낸 대목이라고 K주식운용역은 덧붙였다.

특히 앞으로 외국인매물이 더욱 더 쏟아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용만기
매물까지 쏟아지면 시장이 붕괴될 우려가 높다고 기관투자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A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금이라도 외국인 한도 확대일정을 발표해 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다시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8일 증시 폭락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반응이다.

ING베어링증권의 강헌구 이사는 "외형상 국내기업의 잇딴 부도 등 국내적
상황에서 주가 폭락이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외국인의 끊임없는
매도로 주가폭락은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

강이사는 특히 "지난 9월의 외국인 매도세는 동남아증시의 폭락에 따른
환매로 아시아 홍콩 싱가포르계 투자자로부터 시작돼 미국계까지 확산됐다"며
"10월들어서는 투자비중을 낮추는 차원에서 대량매도가 시작돼고 있다"고
설명.

홍콩 및 영국계 투자자들로부터 시작된 외국인 매도세가 이번 주말이면
미국계 투자자까지 가세해 걷잡을수 없는 형국으로 빠져들 것으로 강이사는
우려했다.

또다른 외국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현상태에서 정부가 외국인 한도 확대를
발표한다 하더라도 OTC 프리미엄이 높은 5~6개 종목만이 주가를 회복할수
있을뿐 시장전체의 투자심리를 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의 정책적인 실기를 비아냥거리기도.

<>.주식값이 폭락하지 증권사 객장에 나와있던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응시하는 모습.

객장의 투자자들은 또 정부가 경제난국 해법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나타내기도.

쌍용투자증권 대치동지점에 나와있던 최경배씨(45.자영업)는 "정부가 금융
위기 등 경제문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선을 앞두고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최근 주가 폭락은 기아사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촉발됐다"고 말했다.

<>.증권사 영업직원들도 "더이상 주가가 바닥권이라며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권할수도 없게 돼버렸다"며 난감한 표정이 역력.

현대증권 신설동지점의 한 영업사원은 "한때 종합지수가 6백20선정도에서
강하게 반등할때 더이상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투자자
에게 아무런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해 자신감을 잃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

증권사 투자분석부 관계자도 "더이상 기술적 지표나 각종 분석자료들이
무의미해져버렸고 주가 폭락원인을 비자금 파문으로 돌리는 것은 핑계일뿐"
이라며 "기아사태로 야기된 경제문제에 대한 처방이 없으면 주가는 날개를
잃고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명수.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