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주위에서 아무데나 땅을 "그냥" 사두고 싶다는 사람을 흔히 본다.

또 어디 투자할만한 "좋은 곳"이 없느냐고 묻는 사람도 심심치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 부동산투자를 하려는 이유를 물으면 재미있는 대답이 나온다.

"허전해서요" 또는 "가만있으면 손해를 보는것 같아서요" 이같은 대답엔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담겨있다.

땅이나 집, 건물에 돈을 묻어두면 언젠간 몇배로 불어나 되돌아올 것이라는
기대이다.

거의 믿음에 가까운 이 기대는 80년대후반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쳐온
부동산시장을 체험한 우리에게 남아있는 서글픈 상흔이다.

그러나 요즘엔 이같은 기대가 실현되기 어렵다.

상당수 국민이 "부동산전문가화" 되어있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임자없는
"좋은 땅"이 떠돌아 다니겠는가.

정말 내 땅을 갖고 싶다면, 또 부동산투자에 성공하려면 이래가지곤
안된다.

뚜렷한 투자목적과 그 목적을 실현하기위한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전원주택지마련이나 노후대비를 위한 장기투자같은 목적을 세워놓고 그
목적에 적합한 투자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원주택지를 물색한다고 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에 드는 지역선정이다.

여기에서 지역은 그저 "아무데나 좋은 곳"이 아니라 적어도 군이나
면단위로 좁혀져있어야 한다.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은 경기도 용인이나 양평 이천 파주등지를 우선
살펴보고 그곳의 땅값이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면 경기도계와 인접한
충청도와 강원도지역을 검토하는 식이다.

지역이 일단 선정됐다면 그 지역이외의 땅엔 미련을 갖지 말고 해당지역의
개발정보와 매물정보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특히 교통망확충이나 시가지확대 등 개발정보를 수집할 때는 부동산가에
떠돌아다니는 말만 믿어선 안된다.

해당 관청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게 중요하다.

부동산을 계약하기전에 해야 할 또 하나의 일은 현장확인이다.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듣고 얻어낸 정보와 남에게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정보는 나중에 현격하게 다른 결과를 낳는다.

요즘 부동산투자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기대수익에 일정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점이다.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막연히 중개업소가 추천하는 땅을
잡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투자자가 우리주위엔 의외로 많다.

그저 마음에 드는 곳에 땅이나 집, 건물을 마련하고 은행금리보다 조금
높은 정도의 시세차익을 올린다면 성공적인 투자라고 판단해도 좋다.

부동산값이 전체적으로 동반상승하고 동시에 떨어지던 80년대까진 배짱과
감각만 있으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동산투자로 하루아침에 거부가 되었다는 "신화"가 이곳저곳에서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준비와 정보, 적정한 수익추구가 투자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좋은 땅과 집을 갖고 싶다면, 먼저 부동산을 통해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막연한 기대를 마음속에서 털어내야 한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