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업체인 동화약품(회장 윤광렬)이 25일로
창립 1백주년을 맞는다.

서구에 비해 기업 역사가 짧고 부침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창업 1세기를
넘긴 업체는 두산그룹과 조흥은행을 포함해 3개 뿐이라는 점에서 동화약품의
창립 1백주년은 의미가 심장하다.

특히 조흥은행은 금융업이며 두산그룹은 상점이 모태가 된 반면 동화약품은
창업이후 줄곧 제약업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동화약품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업체이자 제약회사라는 기록
뿐아니라 최장수 의약품인 "활명수"와 가장 오래된 상표인 "부채표"를 보유,
지난해 4개 부문에 걸쳐 한국 기네스북에 등록되기도 했다.

활명수는 고종이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하던 지난 1897년 당시 궁중
선전관이던 민병호가 궁중비방에 서양의학을 혼합시켜 만든 국내 최초의
양약.

이약은 같은해에 그의 아들 민강이 설립한 동화약품의 전신인 동화약방의
간판제품이 됐다.

활명수는 해방 전까지만해도 급체 과음과식 소화불량의 특효약으로
알려져 1병에 20전으로 설렁탕 4그릇 값과 맞먹는데도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 1백년간 활명수 판매량은 약 70억병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까스활명수"로 연간 3백억여원어치가 팔려 액제 소화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활명수"가 유명해지면서 유사제품이 범람하자 동화약방은 1910년
"부채표"를 포함해 30여종의 의약품에 대한 상표및 특허를 등록하는
등 근대적인 제약업체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창업자가 죽은뒤 회사가 흔들리기 시작했으나 지난 37년 현 윤광렬회장(73)
의 선친 윤창식 전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뒤 다시 사세가 안정됐다.

당시로서는 최신 치료의약품인 해열진통제 노바피린"등 90여 종의 약을
생산했고 42년에는 만주 안동에 공장을 설립했다.

1962년 동화약품공업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한뒤 현재 연간 의약품매출액
1천4백38억원(96년)으로 업계5위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역사가 1백년된 업체치고는 이처럼 왜소한 규모를 지니게 된것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보수적이며
사명을 중시하는 기업관이 지금까지 대대로 내려왔기 때문.

그러나 가족적인 회사분위기는 살벌한 경쟁시대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임금을 시간급으로 계산하던 지난 78년 국내 제조업체로는 처음 생산직을
포함한 전사원에 대해 월급제를 도입했다.

또 1937년부터 모든 임직원인 업무상 받은 선물을 한데 모아 일련번호를
매겨 두었다가 해마다 설과 추석에 추첨방식으로 전 임직원이 골고루
나눠갖는 "수혜품 추첨제"를 실시해오고 있다.

황규언 동화약품 사장은 "창립 2세기를 맞아서도 제약업이나 이와 유관한
산업이 아니면 진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켜질 것"이라며 "조만간 세계적인
신약을 자력으로 개발해 1백년된 제약기업으로서 면모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개발중인 간암 및 폐암치료제 "DW166HC"와 국내 최초의
퀴놀론계항균제 "DW116"의 임상실험에 박차를 가해 창업 2세기의 첫해인
내년에는 상품화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동화약품은 25일 경기도 안양공장에서 계열사를 포함한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기념식을 갖고 1백2명의 장기근속사원과
유공사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한다.

한편 동화약품은 24일 자산재평가를 결정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정종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