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시스템통합(SI)업계에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중소 소프트웨어(SW)전문업체가 대형 SI업체를 물리치고, 40억원 규모의
모 대학 전산시스템구축 프로젝트를 따냈다.

그동안 대규모 SI사업은 대형업체가 독식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화제의 기업은 그룹웨어 전문업체인 나눔기술(사장 장영승).

이 회사는 이번 대학 전산시스템구축 프로젝트 수주로 업계에서 일약
주목받는 업체로 떠올랐다.

장사장은 "그룹웨어 시장을 뛰어넘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SI시장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며 "그룹웨어 구축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SI기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그렇듯 나눔기술 역시 로맨틱한 창업 스토리를
갖고 있다.

지난 90년 10월 패기에 찬 20대 초반의 젊은이 3명이 5천만원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차렸다.

성북구 삼선동의 상가 한 모퉁이에 "정보와 기술 나눔"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정보사업을 일으켜 사회 발전에 참여하자는게 창업 취지였다.

대학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던 출신인 그가 학생운동의 에너지를 창업열기로
승화시킨 것이다.

나눔기술은 출범 당시 고객의 주문을 받아 경영정보시스템(MIS)을 개발해
주는 평범한 SW업체였다.

이 회사는 그러나 안으로는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DB)기술을
꾸준하고도 성실하게 쌓아갔다.

지난 93년 한국형 그룹웨어인 "워크 플로"를 개발한 것은 이같은 보이지
않는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제품은 발표와 함께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워크 플로"는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핸디소프트의 "핸디오피스"와 함께
그룹웨어 시장을 이끌어 가는 쌍두마차로 오늘까지 달려왔다.

나눔기술은 올해만도 강원은행을 비롯해 한진중공업 경인여자전문대학등에
"워크플로"를 공급,35억원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인 80억원(지난해 매출액 48억원)을 무난히 달성, 연
1백%안팎의 성장진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사장은 시장동향에 관한한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MIS에서 벗어나 그룹웨어 시장에 뛰어들때 이 시장은 SW분야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올들어 그룹웨어 시장에서 탈피,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눔기술은 인터넷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자 인트라넷용 그룹웨어인
"스마트 플로"를 개발, 올해 출시했다.

그런가 하면 중소기업OA(사무자동화)시장을 겨냥, 인터넷 서비스인
"소호넷(SOHO Net)"을 선보였다.

나눔기술에게 있어 이번 대학 전산프로젝트 수주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웨어 시장 울타리에서 벗어나 SI시장이라는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는 터를 닦았기 때문이다.

"SI 사업은 SW 분야의 꽃이지요. 앞으로 중대형 SI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성장기반을 다져 나가겠습니다"

장사장의 결연함이 가득한 모습에서 나눔기술의 미래가 밝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한우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