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단이 기아자동차를 살리되 아시아자동차를 분리매각하는 쪽으로
기아그룹처리방향을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기아그룹은 기대반.우려반
의 반응을 보였다.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승용차전문기업으로 새 출발할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다"는 기대에 못지않게 여전히 정상화를 가로막는 몇몇 암초에
대한 원인제거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아측의 기대는 채권은행단이 구상중인 아시아자동차의 순조로운 매각과
리스등 제3금융권의 채권행사유예가 원활하게 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만일 채권단이나 기아측 희망과 달리 3금융권이 채권행사를 유예하지 않을
경우 기아자동차만이라도 살린다는 최소의 선택마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3금융권이 기아에 대한 채권 8천6백억원을 행사하면 기아자동차는 부도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기아자동차만이라도 살린다는 채권단의 방침이 현실화되는데는 여전히
장애물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게다가 채권단이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의 사표제출을 고집스럽게 주장, 이
역시 기아자동차를 정상화시키는데 암초의 하나라는게 기아측 생각이다.

채권단이 기아자동차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음에도 기아그룹이
여전히 향후 처리에 불안해 하는 것도 이같은 걸림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김회장도 21일 기아자동차간부회의에서 "정상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을 뿐이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기아자동차정상화를 어렵게 하는 변수들이 소망스럽게
해결된다면 기아로서는 너무나 애석하고 안타깝지만 그나마 다행이란 심정
으로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기아는 당초 아시아자동차를 가아자동차에 흡수, 자동차전문기업으로 거듭
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자동차를 팔아 상용차부분을 사실상 포기하면 사업영역은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만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승용차만을 전문으로 한 소그룹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최소한의 희망마저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기아그룹처리
가 최종 확정되는 앞으로 4~5일이 기아측으로선 명운을 좌우할 절대절명의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