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욱저 나남출판 1만원)

언론의 임무가 막중한 것은 민주사회의 혈맥인 정보순환을 담당하기 때문.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않으면 사회가 건강해질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책은 문화일보 사장인 저자의 개인적 기록이자 한국 현대언론사의
현장일지다.

이승만정권 말기인 59년4월 동아일보 수습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그가
입사 1년만에 맞은 4.19 학생혁명부터 5.16군사쿠데타, 70년대 유신독재를
거쳐 5, 6공과 90년대 문민정부까지 격동의 한국역사가 담겨 있다.

언론의 사명을 강조한만큼 오보에 관한 얘기가 많은 게 특징.

김일성사망 오보사건은 북한군 선전방송에 나온 추도문을 잘못 들은
우리측 병사가 김일성 사망으로 오판해 상부에 보고한 것을 특종욕에
사로잡힌 언론에서 호외까지 찍어내며 제발목을 잡은 경우.

90년대초 국회에서 답변키로 했던 안기부장이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답변한 것처럼 작문해 결과적으로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한 것등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같은 오보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기사출처를 명시하고 사실을
확인한 뒤 반대쪽의 변론까지 실어야 한다는 "취재준칙"을 거듭 강조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윤리강령중 "기자는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보도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객관성 유지에
힘쓸 것을 역설했다.

저자는 또 "기사문장은 간결하되 읽을 맛이 나야 한다"며 "적절한
비유를 활용할 것"도 권유했다.

"한국인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외국언론의 표현등이 그것.

기자의 몸가짐은 출입처에서뿐 아니라 일생토록 신사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놓치지 않았다.

이밖에 5.16직후 달동네에서 노인이 굶어죽은 사건을 취재, 사회면
머릿기사로 "봄은 온다지만 추위와 가난 굶주림속에서 외롭게 숨을 거둔
노인이 있다"고 보도한 내용이 평양방송에 인용되면서 군사정부로부터
곤욕을 치른 필화사건등 숱한 일화가 소개돼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