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비단자락에 털을 트리밍한 몽골풍 코트,얼굴은 차도르로 가리고
배꼽은 내놓은 이집트풍 드레스, 조끼 앞면 좌우에 중국 전래양식의 용과
모란꽃 무늬자수를 놓은 황금색 벨벳조끼, 한복 활옷처럼 넓게 퍼지는 가운,
레깅스에 얇은 시스루소재 치마를 덧입어 연출한 기마민족 처녀차림, 고대
사냥꾼을 연상시키는 털바지와 두툼한 발토시, 각도에 따라 보라색과 녹색
으로 보이는 투톤의 빌로도 스커트와 양단 블라우스, 오리엔탈 아라베스크
문양의 타이트한 조끼..

세계 패션계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이탈리아브랜드 "에트로"가 특유의
에스닉(민속풍) 스타일을 더욱 자유분방하게 표출한 97추동의상으로 호평을
얻었다.

8월29일 일본 도쿄 에비스 가든홀에서 열린 97추동 "에트로" 남성&여성복
컬렉션장을 가득 메운 7백여명의 관객은 "화려하고도 따스한 색채 사용이
인상적이다" "이질적 요소를 거침없이 배합한 상상력이 놀랍다"며 찬사를
연발했다.

올 추동시즌 트렌드소재인 벨벳과 번아웃-벨벳은 보라 겨자 녹색등 화려한
색상과 어우러져 특유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고 이집트 중국 몽골 인도 남미
등 세계 각지의 민속적 모티프를 활용한 디자인은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
했다는 평을 받았다.

"에트로"는 68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직물업자 지모 에트로가 설립한
패션업체.

그는 골동품 판매상인 아내(로베르타 에트로)와 함께 각종 패션용품을
만들면서 독특한 색채를 가꿨다.

"독특하고 특이한 브랜드"라는 "에트로"의 인상을 결정지은 것은 페이즐리
문양.

인도 북부지방의 전통의상 문양인 페이즐리(올챙이를 연상케 하는 끝이
구부러진 반달모양)를 일관되게 사용해 단시일내에 에트로의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다.

고급품의 소량생산과 가족경영이라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방식을 따르던
에트로가 세계화된 것은 88년 일본의 (주)선모토야마사(대표 모토야마
쇼이치로)와 만나면서부터.

스카프 숄등 소품을 넘어 일반의상의 비중을 높이면서 에트로는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다.

지금도 지모와 로베르타부부, 그리고 3남1녀(맏아들 야콥=텍스타일,
둘째아들 킨=대표디자이너, 셋째아들 이폴리트=재무담당, 막내딸 베로니카=
디자이너)로 구성된 가족경영에는 변함 없지만 극동지사(선모토야마사와
합작, 88년 설립) 미주지사(89년 설립)를 설립해 해외사업을 전개하고
화장품업체(88년 설립)도 별도로 운영중이다.

"각국의 에스닉풍을 개성있게 소화한다"는 컨셉트는 유행에 관계없이
일관성있게 지켜지고 있다.

매장확대등 대중화작업이 궤도에 오르자 96년부터는 유명컬렉션 참가를
통해 트렌드를 제시했다.

96년10월과 올1월 밀라노의 여성및 남성복 컬렉션에 참가했으며 8월
도쿄쇼는 밀라노쇼와 같은 내용이었다.

똑같은 쇼를 도쿄에서 다시 연 것은 그만큼 아시아지역을 중시한다는 얘기.

"에트로"의 96년 전세계 매출은 약 4천억원.

한국(4곳, 94년8월부터 전개) 일본 미국등 15개국에 60개(면세점 제외)의
매장을 두고 있다.

< 도쿄=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