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및 동남아가 겪은 금융-외환 위기가 한국경제에도 닥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최근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에 당황해하며
갖게 되는 궁금증이다.

물론 재정경제원이나 한국은행 등 관계당국은 괜한 걱정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호언장담이 일반국민들에게 별로 먹혀들어가고 있는것
같지는 않다.

요즘 우리경제를 짓누르는 경제위기의 심화과정은 멕시코나 동남아와
상당부분 비슷하다.

취약한 실물경제 기반에도 불구하고 호황기에 지나치게 방만한 경영을
했던 금융기관들이 문제의 핵심 고리였다.

일단 불황이 닥치자 부실채권이 쌓여 금융기관자체가 부실화됐고
자금중개기능을 상실해 금융불안을 확산시켰다.

상황이 악화되자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흘러들어와 있던 해외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금융불안은 외환위기로 이어졌고 금리상승
환율폭등 주가폭락 등이 한꺼번에 겹쳐 일어났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1주일째 계속 빠지며 폭락세를 보이자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같은 불안과 위기의식을 일소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필사적인 자구노력및 정책당국의 단호한 대응의지와 수습능력이 중요하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강력한 금융개혁및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강화가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강조할 것은 기업의 자구노력이나 정부의 정책대응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신뢰회복이 관건이라는 점이다.

멕시코나 동남아에 비해 국제수지 적자규모가 아직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자본시장 개방폭도 상대적으로 좁아 핫머니의 유출에 따른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해서 신뢰회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우선 급한대로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금융기관 외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한편 부도유예협약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낙관할수
없는 형편이다.

비록 거품발생및 붕괴의 원인이나 환율의 과대평가정도,또는 단기
해외자본의 유출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우리경제에서 금융-외환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장담할수 없는 까닭도 정부의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마땅히 부실기업및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수습, 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 등 근본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정부대책은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제3자인수, 합병, 계열사 분할매각, 법정관리, 자산매각및
파산처리 등 어떤 방식으로든 부실기업의 수습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채권발행 한은특융 재정자금투입 지급보증 등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은행의 책임경영을 보장할수 있는 금융개혁도 더이상 미루지
말고 단행해야 하겠다.

위기국면에서 책임회피나 직무유기로 비치기 쉬운 섣부른 원칙론은
금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