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차휴가 미사용분에 대해 회사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노동부
의 행정해석은 기존 관행과 배치되는 것으로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월차수당을 임금보전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은 근로자가 연월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연말
정산때 연월차수당 명목으로 금전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과장이 1년동안 연월차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
연말에 회사로부터 한몫에 수백만원의 연월차수당을 받는게 상례다.

그런데 최근에는 회사가 사원들에게 연월차휴가를 사용하라고 적극 권장하는
한편 미사용분에 대해 연월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월차휴가를 "유급휴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의 적극적 권유에도 불구, 연월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최근 일부 기업에서 수당 지급문제를 놓고 노사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계는 연월차가 비록 유급휴가이지만 회사가 휴가 사용을 적극 권고했는
데도 휴가를 가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휴가를 가지 않더라도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는게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재검토한 것도 노사간의 이런 대립이 노사분규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

노동부는 이와 관련, 연월차휴가제의 취지와 국제관행 판례 전문가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정해석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휴식을 통해 재충전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노동부의 시각이다.

지난날 고도성장기에는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연월차
휴가를 권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근로자를 보호하는 의미에서 연월차휴가 미사용분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연월차휴가 사용을 적극 권고
하는 회사가 많아져 노동부의 시각도 바뀐 것이다.

행정해석은 법령 해석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간에 다툼이 있을때 행정관청이
내리는 일종의 유권해석으로 법적 구속력은 갖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관계법령 운용에 있어서 행정지침으로 작용한다.

행정해석이 법원에서 그대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행정해석에 반하는
소송이 제기됐을 때 법관은 대체로 행정해석을 존중한다.

따라서 이번 행정해석 변경은 산업현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연월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려는 근로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서는 미사용분에 대한 연월차수당 지급을 중단, 인건비 절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손이 부족한 일부 생산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심화돼 생산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체불임금사업장으로 간주돼 처벌을 받던 수당미지급 기업들에
대한 행정제재도 사라지게 됐다.

아무튼 노동부의 행정해석 변경방침은 피해당사자인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한국노총 이정식 정책국장은 "근로자에게 연월차휴가를 모두 사용토록
하려면 재충전할수 있는 문화휴식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직장동료에게
근로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휴가를 떠날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이번 행정해석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