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아메리카대륙에서는 이상한 자연이변이 일어났다.

미국의 포틀랜드와 오리건 앞바다에 아열대 어종이 나타났고 로키산맥
일대에는 사상 최다의 눈이 내렸다.

에콰도르에서는 때아닌 폭우가 쏟아져 많은 가옥과 교량이 파괴되고
작물이 결딴났는가 하면 페루에서는 바닷물이 갑자기 따뜻해져 기존어류가
사라졌다.

이상 징후는 그에서 그치지 않고 그 다음해에도 지구상 이곳 저곳에서
일대 자연환란이 이어졌다.

아프리카에서는 20세기 최악의 가뭄이 들어 가축을 거의 몰살시켰고
괴상한 허리케인이 태평양의 섬들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러한 세계적 자연이변은 남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하는 기압대와 바람,
조수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으킨 엘니뇨현상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를 뜻하는 엘니뇨는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페루 북부와 에콰도르 연안에 발생하는 난류에 어부들이 붙여놓은
이름이다.

엘니뇨현상은 연안을 따라 북상하는 한류인 페루해류가 남하하는 난류로
대체될 때 나타난다.

그 결과 한류에서만 서식하는 고기먹이인 플랑크톤이 사라지면서
부존어류가 자취를 감춘다.

해류의 변화는 남태평양 동부 (칠레 영토인 이스터섬 근방) 상공의
고기압과 남태평양 서부 (인도네시아와 호주 북부) 상공의 저기압에 의해
일어난다.

서쪽의 저기압지대가 동쪽의 고기압지대로부터 바람을 끌어들이면서
동풍이 불게 되면 남미해안의 난류가 서쪽으로 흐르게 된다.

그러나 수년에 한번씩 저기압지대가 고기압지대를 약화시키면서 동진을
하게되면 난류도 방향을 바꾸어 남미연안을 향해 흐른다.

엘니뇨에 의한 재앙 발생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기상이변과
해양생태계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만은 부인할수 없는 정설이 되어
있다.

최근 일본기상청은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페루연안의 7월 평균
해면수온이 평년보다 2.6도 높은데다 앞으로 수온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20세기 최대였던 82년 수준을 넘는 엘니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경고를 했다.

이 지구상에 어느 만큼의 재앙이 닥칠지 큰 걱정거리가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