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 피가 섞여나오는 혈뇨는 신체에 이상이 있음을 나타내는 적신호다.

대개 혈뇨가 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쑤시고 아랫배가 뻐근하며
식은땀을 흘리기 일쑤다.

이런 통증에만 신경을 기울여 정작 혈뇨증상을 소홀히 다루면 질병을
조기발견할수 없다.

혈뇨는 임상적으로 다양하다.

눈으로 보이는 육안적 혈뇨는 <>배뇨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소변색이
붉은 전혈뇨 <>배뇨초기에는 붉다가 나중에는 맑아지는 초기혈뇨 <>처음에는
맑았다가 나중에는 붉어지는 종말혈뇨로 나뉜다.

혈뇨가 비치는 시기는 출혈이 일어나는 장기가 어디인지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전혈뇨는 대개 신장 요관 방광의 상부요로계의 이상에 의한 출혈을,
초기혈뇨는 요도 등 하부요로계의 이상에 의한 출혈을 의미한다.

종말혈뇨는 방광의 염증 전립선질환 후부요도 등 중부요로계의 이상으로
인한 출혈로 여길수 있다.

혈뇨의 색깔도 원인질환을 추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권성원(비뇨기과)교수는 "선홍색은 방광이나
요도같은 하부요로의 출혈, 커피빛과 같은 암갈색은 신장이나 요관같은
상부요로의 출혈일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증상도 원인질환을 캐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권교수는 "옆구리나 하복부에 격렬한 통증이 있다면 신장결석이나
요관결석을 의심할수 있고, 여기에 고열까지 동반하면 급성사구체신염 등
신장에 급성의 염증성 질환이 생긴 것으로 판단할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변을 자주 보거나 보아도 시원치 않거나 마려웠다하면 소변참기가
힘들고 소변을 볼때 찌릿찌릿하면 급성방광염을 의심할수 있다.

이때 배뇨장애가 심해 항생제를 아무리 먹어도 낫지 않으면 신장이나
방광에 결핵균이 침범했을 우려가 크다.

40대이후에 비치는 혈뇨는 비뇨기계에 악성종양(암)질환이 생긴 것을
의심케하므로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아무런 증상도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소변이 붉게 나왔다가 하루
이틀만에 맑아지는 경우가 그렇다.

비뇨기계에 발생하는 암은 방광암이 가장 흔하고 신장암 요관암 전립선암
등의 순으로 발병률이 높다.

육안적 혈뇨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혈뇨를 "무증후성 현미경적
혈뇨"라 한다.

이런 혈뇨는 통증이나 배뇨곤란 등의 이렇다할 증상이 없고 현미경으로
소변을 들여다봐야 소변속에 적혈구가 섞여있음을 알수 있다.

권교수는 "일반적으로 현미경 한시야당 5개이상의 적혈구가 발견될때가
현미경적 혈뇨"라며 "피로때문인 것으로 대충 넘기거나 한두번 혈뇨가
비쳤다가 사라져 안심했다가는 한참후에 방광암 등 치명적인 형태로
나타나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극심한 육체피로가 나타나면 소변이 농축돼 비뇨기계에 염증을
일으켜 혈뇨가 나타날수 있으나 극히 드물다"며 "피로때문이라고 슬쩍
넘겨집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혈뇨가 염증성질환에 의한 것이면 항생제 중심의 약물치료로 끝낼수 있다.

그러나 염증성이 아니라면 배설성요로조영술(IVP) 초음파 요로내시경으로
진단해 정확한 발병부위및 원인을 파악, 수술 등을 통한 본격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

IVP는 비뇨기계의 폐색 염증 조직구조변화를 확연하게 알아볼수 있다.

초음파는 검사시에 통증이 없고 초기단계의 종양발견에 유리하다.

그러나 확진은 요로내시경으로 이뤄진다.

내시경 안지름이 2mm 정도여서 신장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수 있다.

수술은 내시경 레이저 전기칼을 이용해 흉터가 작고 간편하게 수술할수
있는 방법이 정착돼 환자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