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제왕절개 권유를 무시하고 임산부의 시누이가 자연분만을 고집해
산모와 신생아가 모두 숨졌다면 이를 설득하지 못한 의사책임은 70%,
시누이의 과실책임은 30%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김명길 부장판사)는 4일 시누이의 권유로 자연
분만을 고집하다 숨진 이모씨(당시 25세)의 남편 황모씨가 산부인과 의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김씨는 과실책임의
70%에 해당하는 1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판결했다.

92년 첫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시누이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은 이씨는 의사
김씨로부터 아이의 머리가 골반보다 크고 태반배설 등으로 정상분만이 어려
우니 제왕절개를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씨는 김씨의 권유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시누이는 "초산은 자연분만이
좋다. 모두들 잘 낳는데 그것도 못참느냐"며 자연분만을 고집했다.

이에 기분이 상한 의사 김씨는 "나는 자연분만에 자신없으니 종합병원으로
가라"며 산모를 방치했고 뒤늦게 도착한 남편 김씨가 수술을 요청했지만
다른 환자의 수술을 이유로 2시간이 지난 뒤에야 수술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미 제왕절개수술 시기를 놓친 이씨는 흡입기를 사용해 딸을
낳았지만 출산 직후 아이와 함께 숨지고 말았다.

그러나 항소심재판부는 "김씨가 의학지식이 없는 가족을 설득해 신속한
의료조치를 하지 않았고 시누이는 합리적 이유없이 진료를 방해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의사와 시누이의 책임비율은 7:3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인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