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 컴퓨터공학 산업공학 등의 용어에는 익숙해 있지만 파이낸셜
엔지니어링(Financial Engineering)이란 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파이낸셜 엔지니어"

우리말로 적당하게 번역할 말을 찾기 어려울 만큼 생소한 용어다.

굳이 번역하자면 금융공학가 정도가 타당할 듯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태동단계나 다름없는 이 분야에서도 젊은이들은
남다른 활약을 벌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 투자공학팀에서 일하고 있는 변혜식(27)씨도 특이한 이름
만큼이나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보통 엔지니어와는 달리 이 분야는 금융을 잘 알아야 한다.

우선 주식 채권 선물 옵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의 원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변씨는 고객이 맡겨놓은 대규모 자산을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매니저들을 주로 상대한다.

펀드매니저들에게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그가 맡은 일.

특히 선물과 옵션은 우리나라에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은 최첨단 금융상품
이다.

그만큼 원리도 복잡하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컴퓨터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금융상품 투자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왔지만 투자규모가
커짐에 따라 위험관리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갈수록 성숙해지고 있고 외국의 선진금융회사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과학적 투자관리 시스템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과학기술대학 경영정책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산업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변씨가 직장생활을 시작한지도 1년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주식투자시스템 개발에 참여했고 현재 이 시스템을 실제 기관투자가
들에게 사용하게 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주식 채권 선물 옵션투자시스템을 한데 모아 여기에 위험관리
시스템까지 갖춘 종합자산운용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도 참여하게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도전할 만한 매력이 있는 일입니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수준이 많이 뒤처져 있는 분야여서 일 하나가
마무리 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특별한 것입니다"

대학시절에는 창업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는 변씨에게는 직장생활이 스스로
회사의 주인이 되는 창업보다 다소 답답할 때도 있다.

"최근들어 직장문화가 많이 변했지만 여직원에 대한 시각은 아직까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이 어느 곳에서나 조금씩 남아있는게 사실이지요.

금융기관의 특성상 다소 보수적이긴 하지만 제가 맡고 있는 일은 집단적인
것보다는 개인적인 노력과 역량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는 입사원서의 장래희망란에는 현모양처, 가장 존경하는 인물란에는
신사임당을 적었을 정도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신세대와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