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이 뛴다.

정부의 각종 정책을 집행하는 기구인 공단이 현장화 국제화 등을 내세워
사회 각 분야에서 눈에 띄는 발자국들을 남기고 있다.

더이상 지시받은 것을 집행하는 단순한 대행기구에 머물지 않고 있는 것.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가면서 국민들의 생활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각종 정책집행 기능이 공단으로 이관되면서 이같은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사업본부제 독립채산제 등 민간기업의 경영방식까지 도입해 스스로의
변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현장화의 대표적 사례는 산업인력관리공단의 새로운 교육시스템.

직업훈련을 시키는 특수전문기관인 인력관리공단이 틀에 박힌 교육시스템
에서 탈피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교육제도 정착에 힘을 쏟고 있는
것.

주문식 교육과 현장출장교육이 좋은 사례다.

주문식 교육이란 종업원 교육을 의뢰한 기업들이 특정 분야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하는 것.

다시말해 오더를 내는 것이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맞는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틀에 박힌 교과서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현장출장교육이란 말 그대로 사업장에 가서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종업원들을 교육시키고 싶어도 생산라인 가동 때문에 교육장에 보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만들어낸 제도다.

현장을 찾아다니는 교육시스템인 셈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TV 큰시장도 현장주의의 일환이다.

중진공은 특히 공동창고설립이나 공동판매장 설치, 중소기업백화점 건설
등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는 실질적인 사업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농어촌 연금보내기 운동과 사랑나누기 운동도
현장화의 대표적 사례중 하나다.

농어촌 연금보내기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연금보험료를 자녀가 대신
납부하는 것.

사랑나누기 운동은 연금보내기 운동을 한차원 높여 자식이 없는 무의탁
고령 농어민들의 연금보험료를 일반인들이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또 전세자금 경조사비 학자금 의료비 등을 장기 저리로 빌려주는 각종
대부제도도 수요자들과 좀더 가까이 하려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안전공단은 건설안전체험교육장을 지난 5월에 준공했다.

실제 건설현장과 동일한 조건아래서 추락 낙하 붕괴 등 중대재해의 위험
요인을 발견하고 예방대책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 것.

당초 올해말까지 3천6백40명을 교육할 방침이었으나 지난 6월말 현재
4천8백10명이 교육을 신청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또 건설업의 특성상 이동이 잦은 공정과 근로자 근무형태에 대해 여러가지
시청각 기자재를 사용해 교육할 수 있도록 대형 버스를 교육용 차량으로
개조해 전국 중소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교육을 실시중이다.

이밖에 중소규모 건설현장과 추락재해 위험현장에 대해선 19대의 안전
패트롤카를 사용해 안전조치를 지도하고 있다.

지난 95년 5월 출범한 근로복지공단은 출범초기부터 지역본부장제도를
도입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해당 시도 등과 합동으로 정보교환체제를 구축해 근로자 복지증진을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공단의 변신을 느끼게 해주는 또 다른 분야는 국제화.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해외 파견근로자들의 사회보장세 이중부담 방지와
장기간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연금수급권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과
사회보장협정 체결을 적극 추진중이다.

이미 캐나다와는 협정을 맺었고 영국 미국과는 가서명했으며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등과도 협정체결을 추진중이다.

산업안전공단의 경우 독일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안전전문가 교육훈련 등
공단직원 9백명이 현지연수를 실시했다.

또 근로자 직업병 예방을 위해 일본과 "근로자 직업병 예방을 위한 기술
협력 프로젝트" 합의서를 지난 92년 체결해 지난 4월까지 5년간 전문기술을
습득했다.

또 내년 4월 아시아 태평양 산업안전보건기구(APOSHO) 총회를 국내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APOSHO는 산업안전보건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며 내년 국내총회에
각국에서 7백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밖에 미국의 전미안전협회 일본의 중앙재해방지협회 등 저명단체와의
기술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국제기준제정위원회의 간사로서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등 국제기구의 회의에 적극 참여해 산업안전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미주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4개 권역으로 구분해
각 지역별로 정보와 인적교류를 적극 추진중이다.

일본의 노동복지사업단과 독일의 산재보험조합총연맹이 협약을 체결했으며
호주의 근로자보상기관 공공재활기관 및 뉴질랜드의 재해보상기관 등과
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있다.

산업인력관리공단의 국제화 사례중 대표적인 것은 개발도상국 산업체
관리자와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외국 근로자 직업훈련.

베트남 인도네시아 칠레 등 12개국 근로자들은 최장 6개월 과정으로
인천기능대부설 국제직업훈련원 등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인력관리공단은 외국의 기술연수 요청이 급증함에 따라 국제훈련원을
지금보다 4배이상 규모로 확대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국제 에너지절약협회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들의 마인드를 제고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한다는 생각이다.

이밖에 각 공단들은 사회의 정보화추세에 부응해 정보시스템을 구축,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업인력관리공단은 화상시스템을 이용해 대구 순천 등지에서 동시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화상교육을 실시중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54개 지부에 전자우편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

또 PC통신을 통해 국민들에게 국민연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터넷에 국민연금사이트를 개설해 정보를 보급할 예정이다.

공단은 지금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정책을 집행하는 대행기구에서 자생력을 가진 대민 서비스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출연기관이라도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자각한 탓이다.

공단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나타날 지 주목된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