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으로 나뉘어 중원평정을 위해 반상에서 때로는 격렬하게 싸우고
때로는 부드럽게 타협하면서 조화를 찾아나가는 것이 바둑이라면 외교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외무부에는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70년대 이래 연1~2회 정도 친목 바둑대회를 가져오다가 90년 들어 외무부
바둑 동호인회를 정식으로 발족시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분기별 공식대회는 물론 수시로 비공식 대국을 갖고 있으며 정부종합
청사내에 있는 총리실 총무처 등과 부처간 친선대국도 갖고 있다.

외무부는 재외공관과 본부를 오가며 근무하는 업무 특성상 자체적인
모임을 만들기 힘든 실정이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인원변동이 심해 회원들도 많이 바뀌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는 짬을 내 자체적으로 비공식 대회를 치르면서 각종 대회에
대비한 훈련을 한다.

회원들끼리 모여 때로는 밤늦게까지 수담 (바둑)을 즐기다보면 서로의
성격과 인품을 잘 알수 있게 돼 매우 가까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대국이 끝나면 소주잔을 기울이며 뒷풀이도 한다.

공무원 조직의 특성인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에 최고위층과 말단 직원들이
어울리기 힘든데도 바둑의 경우 힘든 육체적 운동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 중앙행정기관이 단체로 참가하는 부처 대항전에서는 96년도 제7회
대회 3위, 금년도 제8회 대회 2위를 차지하여 중앙부처중 가장 안정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부처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재외공관 근무자 약80명,본부 근무자 약30명으로 구성된 동호인회
회원의 면모만 봐도 쟁쟁한 인사들이 많다.

주요국 공관장 가운데 김태지 주일대사 박수길 주유엔대사 이재춘
주EC대사 김삼훈 주브라질대사와 배태수 주후쿠오카총영사 등이 아마
3단에서 5단의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회원들이다.

본보의 주요 간부로서는 외교안보연구원의 권병헌대사 신성오대사 등이
수준급이다.

또한 작고하신 문덕주 전 주유엔대사,은퇴하신 정순근 전 주독일대사
같은 분은 고결한 기품과 함께 아마 고단자의 막강한 기력으로 후배들을
지도해 주신 분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