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것이 오고 말았다''는 "운명예정론"과 국제핫머니에 대한 태국정부의
패배라는 "게임론".

태국이 지난 2일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꾸면서 바트화가 폭락하고
있는데 대한 태국 경제계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고 있다.

태국경제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데서 출발하는게 운명예정론이다.

민간연구기관과 외국분석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임론은 지난 3월과 5월, 바트화투기에서 진 핫머니가 역공세를 취해
태국정부를 굴복시켰다는 것으로 태국정부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외견상 다르게 보이는 이들 양론은 보완관계를 이루고 있다.

"지난 수년동안 경상수지적자가 계속되는데도 달러당 25바트를 유지한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핫머니 유출은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묶여
있던 바트화환율을 현실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라는 TDRI
(태국개발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이 그것이다.

지난 94년이후의 태국 경제정책을 보면 바트화폭락은 예정된 수순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자본유입에 따른 과잉유동성을 잡기 위해 금융긴축정책을 쓰고 이는
금리상승을 유발, 핫머니 유입을 자극했다.

핫머니는 부동산 버블을 가져오고 정부의 금융긴축정책은 더욱 강화돼
94-95년중에 팽창했던 부동산버블이 깨지는 원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수출이 전년보다 0.2% 감소한 것이 그동안 잠재해
있던 문제들을 일시에 노출시켰다.

바트화 폭락과정은 필리핀의 페소, 말레이시아의 링기트,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하락과정과 대동소이하다.

이들 국가들의 경제성장모델이 태국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태국병"에 자연스럽게 감염되고 있다는 얘기다.

바트에서 루피로 연결되는 동남아통화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바트화를 항복시킨 핫머니들이 필리핀(페소)을 거쳐 말레이시아(링기트)로
타겟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외환전문가들은 바트화는 달러당 32-35바트까지 떨어지고 지난 11일
거래가 중단된 페소화도 14일 거래가 재개되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남아화폐위기는 멕시코위기때보다 데킬라효과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국가와 멕시코의 경제상황과 미국의 금융정책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태국의 총외채(8백92억달러)와 외환보유고(3백38억달러)가 당시 멕시코
(각각 1천4백26억달러, 1백62억달러)보다 훨씬 양호하다.

게다가 당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 멕시코내 미국자금 유출을 촉진시켰으나
현재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동남아를 "엔블록"으로 만들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온 일본이 구제금융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문제는 일본이 "구제자금"을 얼마나 낼 것인가다.

미국은 멕시코위기때 5백억달러를 쏟아부었다.

태국정부는 바트화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백억-2백억달러를 차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반면 외채도입소식은 국제금융기관들이 태국내 상위 5개은행을 제외하곤
신용대출을 축소하도록 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오는 17일 타눈 재무장관과 프라츄앙 외무장관이 도쿄에서 일본 은행을
상대로 개최하는 설명회에서 일본이 어떤 선물을 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