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세계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도날드 헌 전뉴질랜드
정부개혁위원장을 초청, "뉴질랜드의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서 헌 위원장은 뉴질랜드의 개혁은 행정가에 의한 공공서비스를
관리자에 의한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과 헌신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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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개혁이 시작된 것은 84년 새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당시 뉴질랜드의 경제는 성장둔화,인플레,재정적자 등으로 인해 위기상황인
가운데 정부는 철도 통신 등 많은 부문을 정부가 직접관장했고 각종 규제를
통해 민간경제활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로인해 공공부문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었으며 변화된 환경과 새로운 정책에 부합하는 행정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었다.

개혁초기의 초점은 국영기업체(SOE)에 민간기업의 경영원리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공공서비스에 수익자부담 원칙을 적용하고 서비스의 결과에 대해 책임소재
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방송 교통 발전 통신분야 등이 민영화됐고 우편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도
현재 민영화가 검토되고 있다.

민영화외에도 많은 규제완화가 추진됐다.

성공적인 기업운영이 가능하도록 담당자들에게 대폭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그 결과 국영기업으로서의 특혜 및 애로사항이 사라지고 민간이 지명한
이사회로 구성된 기업체로 전환됐다.

국영기업 다음으로는 정부기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정부기구 개혁의 핵심은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의 분리 <>효율성제고를 위한 정부
기능의 재분배 <>경영자에 대한 최대한의 자율권부여 <>기업운영에 걸맞는
금융개혁 등이다.

교육 보건 교통 과학 등 모든 부문에서 대규모의 분야별 구조개혁을 단행해
정부기구를 재편했다.

88년에는 국영부문법에 의해 모든 부서의 장들이 제한된 기간동안의 실적에
대해 관할부서장관에게 책임을 지게 됐다.

즉 장관이 구매자가 되고 국장들은 공급자가 돼 행정서비스의 구매-공급계약
을 체결하는 것이다.

가령 재무부는 6백명의 직원이 있는데 각자가 자기의 상관과 계약을 체결
한다.

복지부처럼 집단계약을 체결하는 부처도 있다.

계약내용은 관리자냐 일반직원이냐에 따라 달라지며 계약기한동안의 책임에
대해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장관들도 부하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체결한다.

또 국장들은 행정위원장과도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 계약은 법적구속력을
갖고 있다.

이로써 과거 모든 공무원들의 관리자이던 국무위원회의 역할도 변경됐다.

88년에는 또 공공재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그 핵심은 의회가 예산을 엄격히 통제하고 각 부서가 비용의 효율성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모든 부서장들의 관할부서 재무관리책임, 실적개념도입, 재무
보고규정, 적립규정 등이 신설됐다.

예산회계 처리방식에 종래의 현금주의 대신 발생주의 개념이 도입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뉴질랜드의 개혁은 "행정가"에 의한 공공서비스를 "관리자"에
의한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잉여직원들은 정리됐고 책임제,투명성,정보공개 등이 개선됐다.

임금인상 요인의 제거를 통해 재무관리개혁은 3천만달러의 수익효과를
낳았고 연간 현금수요가 3-4% 감소했다.

공무원감축의 경우 개혁추진전에는 8만8천명이던 것이 이제는 7만명으로
줄어들었다.

공공부문의 향상된 성과는 뉴질랜드의 강력한 경쟁력 회복에 기여했다.

정부의 경상비용은 92-93회계연도의 GDP의 41.6%에서 36%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재정수지도 51억달러 적자에서 33억달러 흑자로 반전됐다.

순공공부채 역시 GDP의 47.4%에서 32.5%로 감소했으며 부채상환비율도
91-92회계연도의 GDP의 6%에서 4.2%로 하락했다.

이에따라 지난 5년간 경제는 연평균 4.4% 성장해 그 이전의 연평균 성장률
1.2%를 크게 웃돌았다.

92-96년 사이에 실업률은 9.7%에서 6%로 떨어졌으며 75-90년간 연 12%에
달했던 소비자물가 상승율도 91-96년간에는 연평균 1.9%로 낮아졌다.

물론 개혁에는 장애요소와 저항도 따른다.

가령 공무원을 8만8천명에서 7만명으로 줄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개혁을 시작할 당시의 경제상황이 극히 나빴고 따라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비교적 쉽게 형성됐다.

특히 우리는 정부개혁에 앞서 경제개혁을 먼저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농민과 기업들이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이제는 공무원차례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개혁을 추진하는데는 또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감축된 공무원들에 대한 직업재훈련 비용과 퇴직금조로 15억달러가
소요됐다.

이같은 뉴질랜드의 경험에서는 "성공적인 개혁을 위한 7가지 필수요소"를
알 수 있다.

첫째는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의 공유이고 둘째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치적 결단, 셋째는 권력의 하부이양이다.

또 <>목표에 대한 청사진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목표의
조기달성의지 <>전환기의 위험을 관리하는 노력도 필수요소다.

뉴질랜드의 개혁에는 두가지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그 첫째는 개혁의 내용이 포괄적이고 철저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개혁이 상호보환적이고 상호연관된 철학체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주요 산업부문의 구조재조정을 거친 뉴질랜드는 현재 구조
조정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경제에서의 정부의 역할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임업공사와 라디오 방송국을 민영화한 것이다.

개혁의 과정은 결코 완전할 수 없으며 조용히 진행돼도 안된다.

개혁을 천천히 추진하다 보면 저항이 커지게 마련이다.

현재 공공개혁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뉴질랜드 공공부문의 특징인
경영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조정기능과 전략적 관리절차를 강화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정부개혁에 대해 충고하기에는
주저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의 개혁경험이 주는 근본적인 교훈은 개혁에는 보다 나은
정부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과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선출직 공복들이 한결같이 강한 공공윤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은 행운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