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결혼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안 하고 훤하고 잘 생긴 윤효상의
외모만 보고 해서 생긴 비극이다.

외관상 그는 골프 잘 치고 머리 회전이 빠르고 허우대가 멋있는 남자다.

40대 초반의 그는 정말 탐낼만한 외모에 풍부한 지성을 가진 매력있는
남자다.

그러나 그의 아이를 낳겠다는 미스 리도 언젠가는 그와 이혼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이 조선시대가 아닌 1997년도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 여성들의
주소다.

큰 결함을 타고난 윤효상은 참으로 불행한 남자다.

그는 영신과 결혼을 할 때만 해도 자기가 조루증인 것을 몰랐다.

그리고 그것이 이혼의 사유가 된다는 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렸다.

겁이 많고 보복심도 강하고 좀 복잡한 성격인 그는 이혼소송을 젊은
후배 홍변호사에게 의뢰했다.

영신을 폭행해서 얻은 결과가 참으로 후회막급이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실수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영신이 한번도 대들지 않고 그냥 고스란히 맞아주었으므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어제까지의 부부는 이제 남처럼 싸우게 되었다.

원수처럼....

그는 전직 교장인 자기 아버지에게 불려가서 크게 야단을 맞았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자기가 조루증이란 말을 안 하고 영신만을 나쁘게
몰아세웠다.

아버지는 그의 아들이 부잣집에 들어가서 마음 편치 못하게 살아온 것을
가엾게 여기면서 아들을 집에 들어와 살도록 오히려 동정했다.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 우리는 송충이니까
솔잎을 먹고 살았어야 했어"

윤효상은 뛰어난 설득력으로 아버지를 자기 편으로 만들고 오랜만에
친 어머니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자기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미스 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각본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그녀와 공모했다.

그는 재판을 해도 좋다는 배짱이었고 영신의 집에서는 될수록 조용히
지나가고 싶다는 것이었으므로 이런 경우 누가 어떻게 손해를 볼지는
두고 볼 일이었다.

아무튼 윤효상은 오늘 오후 지영웅을 만나러 나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가 거금을 주고 투어가이드 민영대를 매수했기 때문에 이제 지영웅만
만나서 증언을 들으면 된다.

그 주소도 민가이드가 알아다 주었고 아무 것도 모르는 지영웅은 어떤
사장님이 골프 연습장으로 찾아온다기에 아무 생각없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3시에 오기로 한 남자 손님은 왜 아직 안 나타날까?

그는 자기에게 골프 레슨을 받겠다는 식의 전화였으므로 무심코 그
미지의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따라 골프연습장 안은 무척 더웠다.

지영웅은 정신신경과에 가서 공박사에게 잉카물병 선물을 드리고 오는
길이라 기분이 아주 상쾌한 날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