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는샘물(생수)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있다.

플라스틱 생수병은 이미 신세대들의 기본적인 액세서리로 자리잡을 만큼
먹는샘물은 보편화됐다.

지난 93년만 하더라도 5백억원대에 지나지않던 먹는샘물시장이 해마다
급성장을 거듭, 이제는 2천억원대로 커졌다.

불과 3~4년사이에 4배나 커져버린 것이다.

생수에 대한 수요가 늘자 대기업들의 참여도 부쩍 늘었다.

생수시장은 어느정도 성숙단계에 접어들었으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기존 브랜드에 밀려 막강한 유통망을 갖추고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일부 대형업체들은 덤핑판매도 불사하고 있다.

이 소용돌이 가운데서 군소업체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되거나 대기업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업체로 전락하고있는 추세다.

<> 업계현황

정부의 허가를 받은 먹는 샘물업체는 국내제조업체만 5월말 현재 62개다.

이 가운데 석수의 진로종합식품, 스파클의 제일제당, 풀무원이 소위 빅3로
전체시장의 60%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밖에 먹는샘물업계에서 터줏대감격인 다이아몬드 이동크리스탈 설악음료
산수음료등과 대기업군인 해태음료 한국야쿠르트 동원산업 롯데칠성 등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밖에 중소업체들은 연간 매출이 30억원안팎으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실정이다.

<> 시장규모

먹는샘물시장은 90년대들어 매년 30%이상씩 성장했다.

여기에는 수돗물유해논쟁, 단것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의 건강지향추세가
큰 몫을 했지만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먹는샘물시장은 어차피 클 수밖에
없는 시장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확한 매출집계는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전체시장규모를
1천6백억원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집계한 수질개선부담금 부과 기준 생수업체의 총매출은
1천3백80억원이나 매출에서 누락되는 부분이 있어 실제매출은 1천6백억원에
달한다는게 업계의 분석.올해는 이보다 3백억원정도 더 늘어난
1천9백억원대로 예상하고있으며 무더위등 기상변화에 따라서는 2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경쟁상황

올해 먹는샘물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신규참여자인 대기업들이다.

우선 음료업계 빅3가 불과 1~2년사이에 모두 먹는샘물시장에 진입했다.

해태음료는 지난해 6월 강원도 평창에서 해태샘물을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중소업체를 인수하거나 OEM 방식이 아니라 직접 공장을 건설,
먹는샘물시장에 본격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롯데칠성은 충북 청원군에 있는 창대음료로부터 OEM형식으로 물을
공급받아 아이시스라는 고유의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칠성은 음료업계 판매 1위업체로 먹는샘물의 판매신장이 자칫 기존의
음료제품판매에 악영향을 미치지않을까 상당히 고심해왔다.

그러나 먹는샘물시장이 성장세를 거듭하고 다른 대형업체들도 너나없이
참여하자 청량음료 시장의 방어적 차원에서 먹는샘물시장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음료도 먹는샘물시장에 참여하기로하고 브랜드를 산여울로 정해놓은
상태다.

이밖에 음료 빅3 못지않게 덩치큰 기업들도 앞다퉈 먹는샘물업계에
뛰어들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의 깨끗한 이미지를 먹는샘물에 그대로 연결한다는
목표아래 지난해 흑성산음료라는 중소업체를 인수, 퓨리스라는 상표로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활발한 사업다각화를 진행해온 동원산업도 꽤 알려진 브랜드인
북청물장수를 인수했다.

현재 30개 안팎인 먹는샘물대리점을 올해안에 1백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울만큼 이 시장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포천의 이동음료와 계약을 맺고 샘물나라상표로 판매하고
있다.

신규업체가운데서는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시장에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신규참여업체들은 이미 닦아놓은 유통망과 회사인지도를 무기로 단숨에
중위권에 진입한다는 계획들을 세워놓고 있다.

반면 다이아몬드 설악음료 산수음료 건영등 기존의 업체들은 주로 가정용
기업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18.9l 대형용량 시장에서 신규대기업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있다.

우리나라 생수시장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수입생수의 몰락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수인 프랑스 에비앙마저도 국내시장에서는 발을
못붙이고 있다.

더구나 최근 수입선인 상아제약마저 모회사인 한보의 부도로 더욱 어려움을
겪고있는 실정이다.

농심의 볼빅도 판매중단을 선언했다.

수입생수의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전망

프랑스의 경우 생수의 역사가 2백년이 넘고 인구도 우리보다 훨씬 많지만
생수업체는 37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생수시장에서 얼마나 격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2~3년내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반적인 방향은 양극화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조짐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의욕을 갖고 먹는샘물시장에 참여했던 롯데삼강 오뚜기등 대형
식품회사들은 이미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지방의 중소업체들은 속속 대기업의 OEM회사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