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재개발할 땐 새 도로가 먼저 뚫린다.

옛상점은 헐리고 현대식 상가가 신축된다.

구멍가게 자리엔 24시간 편의점이 들어서고 까페등도 문을 연다.

요즘 정보고속도로가 뚫리기 시작하면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도로 주변에 컴퓨터점 오락실 상점등이 늘어가는 추세다.

많은 기업들이 이른바 홈페이지를 만드느라 바쁘다.

이런 홈페이지는 손님들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

인테리어가 깔끔해야 하고 상품의 질이 높아야 한다.

기존의 도로는 상점까지 가는 데는 비행기나 자동차로 몇시간이 걸려야
했다.

그러나 요즘 문을 여는 사이버상가는 한국에서 미국의 다른 상점으로
옮겨가는 데 단 몇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결제는 전자상거래방식으로 이뤄진다.

이같은 신속성 때문에 앞으로 중소기업상가도 사이버시장으로 차츰
재개발 될 전망이다.

지난 3월초 프로컴시스템의 윤상현 사장(47)은 인터넷을 타고 정보도로를
달리다가 자기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상가를 발견했다.

산업처리 자동측정장비를 생산하는 윤사장은 미국의 사이버 가게에서
자신이 직접 개발중인 아이템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미국측이 판매하는 시스템은 윤사장이 지난 95년부터 무려 2억원의 돈을
들여 개발하려고 진땀을 흘려오던 것.

이 기술은 전력고장을 찾아내 기록해주는 시스템.

그는 당장 인터넷을 통해 미국측회사에 매뉴얼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미국측은 2백달러를 보내달라고 했다.

2억원에도 개발해내지 못한 기술을 20만원이하에 팔겠다니.

가격이 낮아 형편없는 기술이 아닐까 다소 걱정이 됐다.

그러나 막상 E-메일을 통해 1주일만에 매뉴얼을 건네받고보니 너무나
우수한 기술이었다.

2년간 밤잠자지 않고 피땀흘린 것보다 사이버상가를 잠시헤맨 것 훨씬
나은 결과를 안게 됐다.

그는 이기술로 만든 제품을 곧 한전 등에 납품할 전망이다.

요즘 국내 중소기업들도 정보도로주변에 사이버상가를 내기에 바쁘다.

중소기업으로서 아직 직접 상가를 신축하긴 어려워 새로 세운 건물에
한두개의 상점을 임대해 홈페이지를 구축한다.

최근 한국경제신문도 코리아마트란 상가 빌딩을 하나 세웠다.

여긴 임대료가 공짜다.

이곳엔 이미 하이파가구등 많은 중소기업들이 홈페이지를 차렸다.

벌써 이 건물엔 해외고객들이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중소기업관이란 사이버건물을 지었다.

이제 다소 낡은 중소기업 구시장을 허물내는 재개발사업이 본격화한
것이다.

아직까지 이 재개발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새 상가가
다들어서고 나면 틀림없이 소외된다.

땅값이나 임대료가 오르고 나면 끼어들기 힘들게 된다.

한시바삐 사이버 시장에 조그만 가게라도 하나 차리자.

그렇지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