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크린'' / 제일기획.광고대행-유공.광고주 >>

광고는 시선을 끌어야 한다.

그리고 광고 그 자체가 아니라 광고에 나오는 제품을 사람들의 기억속에
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없는 광고만큼 지루한 것도 없다.

유공의 엔크린 광고는 이런 점에서 성공적이다.

유머가 있고 20초라는 짧은 시간에 반전까지 곁들였다.

그래서 재미있고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는다.

서구의 광고회사들은 유머없는 광고는 생명이 없는 광고라고 말한다.

엔크린 광고는 소비자들이 어느 것을 사야 할지를 거의 고민하지 않아온
휘발유라는 제품을 "선택해 사도록 유도한"광고다.

전에는 휘발유라면 어느 회사제품이든 상관없이 집 가까이 있는 주유소나
운전중 주유소간판이 보이면 아무곳이나 들러 생각없이 샀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를 보고 휘발유를 산다.

휘발유도 선택구매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휘발유의 소비패턴을 이렇게 바꾸어놓는데는 엔크린광고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엔크린 광고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반증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엔크린 광고는 유머감각에다 공익성까지 띠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로서는 휘발유를 선전하는 광고인지, 교통질서를 지키자는
국민계도성 공익광고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야! 휘발유광고를 이렇게도 하는구나" 하고 소비자들은 감탄한다.

96년초부터 시작된 엔크린시리즈광고는 유머러스한 내용에다 "-차니까"라는
평이하지만 자동차소유자들의 마음을 꿰뚫는 카피로 사람들의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다.

"새차니까" "헌차니까" "내차니까"로 이어진 엔크린광고는 다음번에는
어떤 차로 얘기를 풀어갈지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다음번에는 "네차니까" "마누라 차니까" 등이 엔크린광고의
후속차가 되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러나 유공은 허를 찔렀다.

당연히 이번에도 "-차니까"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올 3월 극적인
궤도전환을 감행,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느닷없이 교통질서캠페인을 엔크린 광고의 컨셉트로 선택한 것.

현재 나가고 있는 교통질서캠페인 1차광고는 "차선지키기"편.

예의 유머광고이다.

모델로 출연중인 영화배우 박중훈과 이경영은 지난해 "-차니까"시리즈에서
처럼 코믹한 연기와 표정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TV광고에서는 "차선,지키면 잘 나갑니다"라는 중심메시지를 전달하고
라디오광고에서는 "내차부터 지킵시다"라고 외친다.

인쇄광고에선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라는 주제어로 큰 반항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에 나올 엔크린광고의 주제는 "신호등 지키기"로 정해졌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유머러스한 공익적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유공(광고주)과 제일기획(광고제작사)은 "한 분야에서의
대표기업은 광고도 뭔가 다르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전략이라고
할까.

벌써부터 교통질서캠페인 2차광고 "신호등 지키기"편이 어떤 내용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지금까지의 엔크린광고는 그만큼 별났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