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될 모양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그동안 중간재 생산기지로 활용하는데 그쳤던
해외진출을 앞으로는 신조선까지 현지에서 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한다.

특히 이같은 제2의 생산기지로는 단연 중국이 꼽히고 있다.

임금등 생산여건이 좋은데다 장차 조선강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돼
협력관계를 맺어두는 것도 실리확보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화시대의 유호한 경영전략으로 생산의 현지화가 중요하게 꼽히고
있고 특히 저렴한 노동력활용 등은 국제경쟁력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면이
없지않다.

또한 우리기업의 해외인지도 제고 등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과연 전적으로 환영할만한 일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제조업의 공동화다.

조선만해도 노동집약적이면서도 동시에 기술집약적인 중공업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업종중의 하나다.

특히 올들어 조선 수주가 세계1위로 회복됐다지만 아직도 부가지치 창출
면에서는 선진국에 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생산성향상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고 아직도 성장산업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의미도 된다.

물론 해외진출등 기업경영전략은 기업확장이나 생존의 차원에서 스스로
최선의 판단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조선업계의 동향은 보다 적극적인 해외투자확대의 일환으로
여겨지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제조업 공동화의 우려는 남는다.

이런 점에서 무분별한 해외진출이 가져올 국내파장을 다시 점검해 보고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섬유 전자등 일부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지목돼 해외탈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만에 하나 조선산업까지 이같은 이유에서 해외진출이
이뤄진다면 무척 위험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조선업계의 해외진출을 주목하는 이유는 비단 제조업 공동화 우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조선업계까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야할 정도로 국내의 기업환경이 악화돼 있음을 반증해주는 사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경제는 아직도 외국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기술협력의 필요성이나 산업구조조정 등에 이들의 역할이 크고
우리기업들의 해외진출공백을 메워줄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근래들어 외국인들의 국내투자는 우리해외투자의 절반을 약간
넘고 있다.

열악한 국내 기업환경의 개선이 시급함을 다시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제조업 공동화는 자칫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중대사안이 아닐수 없다.

물론 우리는 해외진출이 곧 제조업 공동화로 연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고도화가 이뤄지지않는 상황에서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은 그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산업구조조정과 해외진출전략이 조화롭게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
스럽다는 점을 강조해두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