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주시 소촌공단내 화학업체인 주식회사 무등.

이 회사는 종업원 1백49명의 중소업체지만 ''사람농사''를 잘 짓기로
유명하다.

주력제품인 열수축성 염화비닐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첨단제품.

따라서 고급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대기업을 선호하는 요즘 분위기 때문에 회사문을 두드리는 고급
기술인력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이 회사가 찾아낸 방법이 ''사람농사''다.

새로운 인력을 찾기보다는 기존 종업원들에게 직업교육이라는 비료를
주기로 한 것.

목표는 첨단기술이라는 과실을 맺을 수 있는 고급 기술인력의 육성이다.

이 회사가 사람농사를 얼마나 잘 지었는지는 최근 내부인력만으로
연구소를 열었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연구기능없이 생산만 하는 것은 자체상품이 없다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소 설립은 회사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중소업체로서 고급인력들을 확보해 연구소를 차린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자체인력으로 연구소를 여니까 현장에서 익힌 노하우를 연구쪽에 활용할
수 있게 돼 상품가치가 높은 제품을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성과를 얻게
됐습니다.

이 덕분에 국내시장의 85%와 세계시장의 30%를 점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요" (이일용 총무과장).

자체 인력으로 꾸려나가는 이 회사 연구소에서 개발한 공정과 제품은
적지 않다.

<>에어 시스템 이용한 자동부착기 <>컴퓨터로 사용하는 튜브 자동검사장치
<>자동권취기 <>자동배합 라인 등이 개발돼 공장전산화 1단계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이 회사의 사람에 대한 투자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들이 2년에 한번씩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이
대표적 예다.

해외 연수기간중에는 아예 생산라인을 세운다.

회사문을 닫고 벤치마킹을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고 하잖아요.

공장 가동을 며칠 중단하는 게 아깝긴 하지만 외국에서 선진기법을 직접
보고 오는 게 장기적으로는 훨씬 효율적이지요" (김우연 전무).

외국어 교육 또한 필수사항이다.

특히 관리직 사원들은 누구나 외국 바이어로부터 전화가 오더라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

작년부터 영어는 물론 일본어와 중국어 강좌를 개설한 뒤 부쩍 회화가
늘었다는 평이다.

"20개국 70여개업체에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학실력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외국어를 잘 한다는 것은 수출계약을 90%정도 성사시켰다는 것과도 같은
이야기지요" (이일용 과장)

이밖에 전 직원은 의무적으로 연 1회이상 외부위탁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기관은 한국표준협회 능률협회 등 전문기관이다.

본인이 원하는 과정을 선택하면 회사측에서는 무조건 보내준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분야나 잠재적 능력을 갖고 있는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등의 교육시스템중 눈길을 끄는 것은 인성교육.

전직원들은 김국웅 사장으로부터 한달에 2권정도의 책을 선물로 받는다.

책은 김사장이 직접 고른다.

가끔 독후감을 내라는 과제도 주어진다.

외부명사를 초청해 교양강좌를 여는 것도 매달 반복되는 일이다.

"인간존중이라는 설립이념에 충실하기 위해선 우선 종업원들을 우대하는
회사가 돼야 합니다.

특히 종업원의 인성을 훌륭하게 가꿔주는 일은 교육시스템의 가장 기본적
사항입니다" (김우연 전무).

무등이 단 한번의 노사분규도 없이 노사간에 화합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인간존중의 경영이념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덕분에 지난 96년에는 노동부로부터 ''산업평화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무등은 종업원 교육을 통해 회사와 종업원의 발전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무등의 사람농사가 알찬 결실을 맺고 있다는 얘기다.

< 광주 = 최수용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