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김영삼대통령 주재의 경제장관회의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회의주제 자체가 건설현장에 걸맞지않는 21세기 국가과제인데다 이런
보고회의가 왜, 이 시점에서 열려야 하는지 선뜻 이해가 안되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대사를 논의하는 때와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엉뚱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이날 강경식 부총리 등 경제장관들이 보고한 내용은 열린 시장경제로
가기 위한 국가과제 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국가의 장기발전과제를 앞으로
각부처별로 작성해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상으로 정부기능 재정립, 경쟁촉진, 제도의 유연성확보, 인프라 확충,
기술혁신등 5개분야의 21개과제가 예시됐고 각 부처별로 주관연구기관을
선정해 이달말부터 8월말까지 각 과제별 공청회 토론회 등을 거쳐 공론화를
추진한 다음 9월중 그 내용을 보고서형태로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주무부처인 재정경제원은 이중 금년중 추진할 사항은 조치를 취하고
중장기과제는 차기정부가 정책자료로 활용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어느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실용적인 보고서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우선 국가장기발전계획이나 마찬가지인 거대과제를 너무 짧은 시간에
수박겉핥기식으로 추진할 경우 시간낭비는 물론이고 예산낭비의 결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의의가 있다면 급격한 국내외 환경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변신해야
하는 입장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특히 시기적으로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그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예컨대 본격적인 대선에 돌입할 경우 이러한 변신노력이 해이해 질
가능성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의해 정상궤도를
이탈할 우려가 있어 이를 막는데 어느 정도 긍정적 역할이 기대된다.

재정경제원도 이러한 효과를 실질적 목표로 하고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정책대결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경제논리를 외면한
정치성 공약이나 표를 의식한 선심공약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의도가 크다는
것이 배경설명중의 하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이러한 발전방향의 제시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수 있는 대책마련이 더욱 시급하다고 본다.

과거에 정부당국자들이 바뀌면서 정책내용이 왔다 갔다한 예는 얼마든지
찾아 볼수 있다.

이는 대외적인 국가신뢰도 추락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국민들의 예측능력을
떨어뜨려 경제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대선과정도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우리는 대선등 정치적 변혁과정에서 정부스스로 여당의 선거운동을
뒷받침하는 선심정책 남발을 철저히 배제하고 기업이나 국민들이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전념할수 있는 여건조성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