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개혁안중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대표적인 사례가 물가안정
목표제(Inflation Target) 도입이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인 한은총재가 정부와 협의, 소비자물가를 매년 몇%선
에 잡겠다고 결정한뒤 통화정책상의 잘못등에 따라 목표이상으로 물가가
앙등할 경우 임기중이라도 해임할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정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공공요금 인상이나 원유가격 인상등 교역조건
변화, 천재지변 등에 의한 농산물 폭등 등의 요인을 뺀 나머지 수치를 갖고
목표이행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금통위에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신용정책권한을 주는 만큼 돈 값의 안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지론이 이같이 반영됐다.

재경원은 당초 계약제 형태로 한은총재의 책임을 물을 방침이었지만 총재의
위상등을 감안, 5년의 임기를 일단 보장하되 통화정책 실패가 입증될 경우
해임할수 있게 했다.

이 제도는 지난 90년 뉴질랜드가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뒤 캐나다(91년)
이스라엘(91년) 영국(92년) 스웨덴(93년) 핀란드(93년) 호주(93년) 스페인
(94년)등 8개국에서 운용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물가상승률중 한은의 통화정책에 따른 물가상승분이
정확히 얼마가 되는지 분석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또 전체 통화량의 7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음과 국채는 원천적
으로 한은의 관리영역밖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통화가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한은이 더욱 보수적으로
통화를 운영, 시중자금난이 악화되고 경기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상승률목표치를 연 0~2% 결정, 지난 94년부터 시행중인
뉴질랜드의 경우 비록 물가는 목표범위내에서 잡았지만 제도실시전 연평균
4%였던 실업률은 8%로 높아졌고 실질경제성장률도 2%대에서 마이너스 1%대로
급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바 있다.

이와함께 농산물등 각종 상품의 유출입이 자유화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의 경우 유통구조의 낙후, 특정품목 보호등으로 단순히 통화량을 쥔다고
해서 소비자물가가 안정될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하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