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어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정부측의
최종 금융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은행, 증권 및 보험감독원을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하고 한은과
재경원으로 나뉘어 있는 1, 2 금융권에 대한 감독권도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하며 상부기관으로 총리실소속의 금융감독위원회를 둔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전담하되 필요한 경우 금감위에 대해
자료제출, 공동검사, 시정조치 및 제재요구권을 갖도록 했다.

이같은 내용의 금융개혁안이 발표되자 한은을 비롯해 은행, 증권 및
보험감독원이 일제히 반발하고나섰고 해당기관 노조들은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칫하면 또한차례 한은법파동이 벌어질 기세다.

금융개혁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금융산업의 발전과 선진금융제도의
정착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뒷전에 둔채 관계기관의 권한강화 또는
위상제고에만 집착하는집단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려 매우 유감이다.

특히 다음 몇가지 점과 관련된 사항들은 앞으로 국회에서 좀더 신중히
검토한뒤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말로는 시장자율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정부권한의 민간위임에
극히 인색하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금융감독권중 인허가권과 법령제정권을 재경원이 계속 장악하고 그나마
오는 2천년까지는 금융감독원마저 정부기구로 만든다는 구상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관치금융의 폐단을 일소하자는 시대적 요구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개혁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과도기적인
혼란과 어려움은 어쩔수 없다는 재경원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시행내용이 상당히 편파적이다.

한예로 통화정책의 실수로 물가안정에 실패했을 경우 임기와 관계없이
한은총재나 금통위원을 해임할수 있다는 대목은 별로 의미가 없다.

통화정책의 실패를 별도로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금융정책 및 물가관리에
행정개입이 만연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앞으로는 한은의 정책금융을 재정으로 이관해야 하기 때문에
한은이 최종대부자로서 금융감독권을 행사해야할 필요가 없다든지, 감독권
없이도 효율적인 통화관리가 가능하다든지, 은행, 증권 및 보험의
영역통합으로 일원적인 금융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원칙적으로 맞는
얘기지만 상당한 과도기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한은독립 또는 전문영역의 고수를 외치며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해당 노조들의 항의도 지나치기는 마찬가지다.

해당기구의 독립성보장은 정부가 국민으로 부터 부여받은 임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든 제도적인 장치일뿐 그자체가 배타적인
권리가 될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이제부터라도 권한행사라는 잿밥보다 상호협의 및
운영의 묘를 살리는 일에 더 주력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