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에 돈을 맡기고 구입한 CP의 발행기업이 부도 났다면 고객은 그 돈을
날리게 되나"

올들어 대형부도가 잇따르고 진로와 대농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으로 지정
되면서 한시적으로라도 종이 쪼가리가 된 CP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종금사에 돈을 맡긴 단기상품 투자자들은 구입한 CP의 발행기업이
부도날 경우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게 마련이다.

결론부터 말해 종금사 관계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종금사가 손실을 대신 떠안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감독원은 최근 종금사 감사에서 D종금이 M사의 CP를 할인, 개인
고객에게 팔았다가 M사가 부도남에 따라 개인고객으로부터 CP를 환매 받아
원금을 되돌려준 사실을 문제있다고 지적했다.

CP를 무담보로 팔았기 때문에 CP를 산 고객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종금사
가 고객의 손실을 대신 떠안음으로써 결론적으로 부실자산을 늘려 금융기관의
신인도를 떨어뜨렸다는게 감독당국의 지적사유다.

이에 대해 종금사의 입장은 다르다.

"물론 법적으로는 무담보CP이기 때문에 고객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경우 어느 고객이 그 종금사에 수신을 하려 들겠습니까"
(D종금사 관계자).

종금사는 개인고객의 경우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할 능력도 없고 수신담당자
의 권유에 의해 CP를 사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나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종금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은행신탁계정처럼 신용평가능력이 있는 금융기관이나 법인이 자의대로
골라 산 CP가 종이쪼가리가 될 경우에는 산 쪽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종금사의 설명이다.

은행감독원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제고차원에서 종금사에 개인이 보유한
CP까지 책임져서는 안된다고 누차 지적해온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종금사의
현실적인 애로를 인정, 주의나 경고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광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