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능 전부를 금융감독위원회로 통합할 것인가, 아니면 건전성규제
등 일부 감독기능을 한국은행에 남겨둘 것인가.

금융감독체제개편을 둘러싼 논쟁은 한 가지로 압축돼 있다.

일부에서는 은행 보험 증권감독원을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하는게 타당하지
않다든가, 금융감독위원회에 입법기능까지 주는 것은 지난친 권력집중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미 곁가지 논쟁으로 밀려난 상태다.

요약하면 재정경제원은 "한은에서 감독기능의 완전분리를",
금융개혁위원회와 한은은 "일정정도의 감독권보장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재경원과 한은(금개위 포함)이 주장하는 논리는 제법 화려하고 그럴듯하다.

구사하는 언어도 그렇거니와 내세우는 논리는 더욱 그렇다.

영국이나 일본 호주등의 예를 자신들이 유리한대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배포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은 모두 중앙은행의 독립성보장과 금융감독체제의 효율성구축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말하자면 당초 금융개혁을 시작한 의도를 잘 살리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논리가 법률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은에서 감독권완전분리여부"는 한은법개정을 이뤄낼수 있느냐
를 좌우하는 핵심사안으로 등장했다.

과거 한은법 파동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먼저 재정경제원의 입장.

재경원은 한은에서 금융기관감독권분리를 감독체제개편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설정했다.

한은에서 감독권만 완전히 분리할수 있다면 통합감독기구가 총리실소속으로
되든, 재경원 산하로 되든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리는 이렇다.

"애초에 감독기구재편문제가 논의된 것은 금융겸업화추세에 대응, 감독
기구도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출발한 만큼 감독기구를 통합하는건 당연
하다.

감독권을 이원화할 경우 피감독기관의 불편은 더욱 심해진다.

또 온전한 통화신용정책수행을 위해서는 감독권에 의존, 금융기관을
윽박지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은이 요구하는 감독권은 금감위와의 원활한 협조속에서 충족될수 있다.

영국이나 일본 호주등에서 금융감독기구를 중앙은행에서 분리, 통합하는
추세다"라는 것.

그러나 이에대한 한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채무의 인수.보증, 경영지도, 편중여신에 대한 감독권은 원활한 통화신용
정책과 최종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이다.

최종대부자로서의 기능을 다하려면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구축과 금융기관
의 건전화유도가 전제로 되야 하며 이 차원에서 감독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지 강제적 통화신용정책 수행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또 금감위와의 중점검사분야가 상이한 만큼 금융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처럼 감독기관간 경쟁을 통해 검사기법의 발달을
촉진할수 있다.

더욱이 영국 일본의 경우도 중앙은행에 최소한의 감독권을 보장하는 추세다"
는게 반박논리다.

이렇듯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다보니 "효율적인 감독체제구축"에서
출발한 논쟁은 그 성격이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됐다.

어떡하든 "한은을 무장해제시켜야겠다"는 재경원과 "그렇게는 안된다"는
한은의 자존심싸움으로 비화된 상태다.

관계자들은 재경원과 한은의 이런 소모적인 논란속에서 보다 중요한 과제가
사장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보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금융감독권의 중립성보장이 중요한데
이 점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중앙은행의 독립성보장 못지 않게 금융감독권의
중립성보장이라는 대의차원에서 금융감독체제개편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