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방지협약"이 제정 한달여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김영삼대통령이 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도방지협약을 시행하는데
몇가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협약개정문제는 오는 26일 이동호 은행연합회장과 12개 시중은행장과의
오찬회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여 대농그룹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
(28일 예정)가 열리는 다음주중에는 가시적인 보완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협약은 시기적으로 필요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용과 방법에선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 협약의 공정성 =협약의 적용대상기업은 "은행여신잔액 2천5백억원이상"
기업및 계열사로 돼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적용대상기업은 51대그룹으로 한정된다.

그러다보니 대기업의 부도만을 막아 주는 특혜성 조치로 인식됐으며 협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을 피할수 없게 돼있다.

협약을 주도하는 재경원및 은행들은 "금융기관들의 공동대처가 필요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적용대상을 어느정도 제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편다.

이에대해 기협중앙회는 "2천5백억원이상"으로 돼있는 여신기준을 대폭
낮춰 성장성있는 유망한 중소기업들도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협약을 적용받게 되면 그 시점부터 금융기관의 채권행사가 유예되므로
기업입장에선 자금부담을 덜게 되는 이점이 생겨나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협약이 바뀐다면 "은행여신잔액 2천억원
이상" 정도로 적용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가입대상기관 한정 =현재 협약의 의무가입대상 기관은 은행과 종금사로
한정돼 있다.

이에따라 협약적용이 통보되면 은행과 종금사들은 자금회수를 중단해야
한다.

사실상 채권이 묶이게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채권을 행사할 때엔 채권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한다.

그런데 이같은 규정으로인해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악화되는 기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자금동결을 우려해 너도나도 대출금 조기회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금사는 협약가입기관이면서도 협약발효시의 "재산권행사 중단"을
걱정해 무차별적으로 어음을 돌리고 있다.

전경련과 기협중앙회는 가입대상기관을 증권 보험 신용금고 할부금융등
제2금융권도 의무가입대상기관에 포함시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자고 관계
기관에 건의했다.

<> 경영권포기 요구 =이는 협약의 첫 대상기업인 진로그룹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대표자회의의 의결을 거쳐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경영주
에게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일부은행에선 심지어 자구진행상황과 관계없는 무조건부 각서를 내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나 진로측은 포기각서 제출이란게 자구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담보하는
성격이므로 자구노력이 완결됐을 때 포기각서를 되돌려 받도록 조건부
각서를 내겠다며 주거래은행측에 맞서고 있다.

이같은 공방이 지속돼 진로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달 28일 회의를 개최,
8백4억원의 자금지원을 의결했지만 아직까지 한푼도 나가지 않고 있다.

재계는 "부도위기의 원인및 사전사후의 자구노력 이행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경영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협약에 이의 명시를 요구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진로에서 보듯 일부은행들도 경영주의 경영권을 보장하는데
동의하고 있으므로 ''경영권 박탈'' 문제도 협약개정과정에서 앞으로 적극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