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청소년들 사이에 "교코 신드롬"이 번지고 있다.

올해 17세인 교코는 현재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여고생 스타.

키 1백63cm, 몸무게 43kg.

섬세한 마스크와 나긋나긋한 몸매를 자랑한다.

가무에 뛰어난 만능 엔터테이너인데다 수개국어에 능통한 재원이기도 하다.

10대들은 너도나도 교코의 패션이며 제스처를 모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 청춘스타를 직접 만나볼 수는 없다.

교코는 일본의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인 호리 프로덕션이 만들어낸 가상인물.

정교한 3차원 그래픽으로 이뤄진 가상현실상의 "사이버 모델"이다.

호리 프로덕션은 10대들이 비디오 게임의 주인공들을 영웅시하고 있는데
착안해 사이버 모델을 탄생시켰다.

무려 2년여의 작업끝에 태어난 교코는 가상 인물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교코는 지난해 10월 일본 통산성이 주관한 정보화 캠페인의 포스터 모델로
첫선을 보인 이후 실존스타를 능가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싱글앨범 "러브 커뮤니케이션"을 내놓는가 하면 뮤직비디오도 발표했다.

최근에는 도쿄 FM방송의 심야 프로그램인 "G1그루퍼"의 진행을 맡아 라디오
진행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교코의 모든 연예활동은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생생히 중계된다.

네티즌들은 "만질수 없기에 더욱 애틋한" 이 가상의 연인에게 열광하고
있다.

제작사는 교코가 성인이 되면 누드모델로 데뷔시킬 예정이라고 선전하고
있어 남성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교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유수 광고대행업체들은 교코를 광고에 출연
시키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공중파 TV들도 생방송 쇼를 마련하는등 "교코 모시기" 경쟁에 불이 붙은
상태다.

사이버 스타는 일단 떴다 하면 게임, 뮤직 비디오,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주인공으로 얼마든지 활용할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살아있는" 스타들 처럼 일일이 개런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고
스캔들에 휘말릴 염려도 없다.

이에 따라 관련업체들은 보다 매력적인 사이버 스타 만들기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고.

조만간 사이버 스타들이 연예계를 완전히 장악할 날이 올는지도 모른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