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합의 최대관건인 유럽통화통합(EMU)시대의 서막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99년 1월1일부터 정부및 은행간 거래를 시작으로
유럽단일통화인 유러(Euro)화를 사용할 예정이다.

역내 회원국의 국공채는 유러화표시로만 발행해야 한다.

또 유러화 지폐와 주화는 2002년 1월1일이전 빠른 시일내에 유통시키고
이후 6개월이내에 기존통화를 회수, 2002년7월1일까지는 통화통합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앞으로 5년후면 유럽통합의 핵심인 경제통화통합문제가 해결돼 유럽연합은
명실공히 통합유럽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EMU의 실현여부는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다.

내년초에 경제수렴조건등 이행조건을 충족시킨 국가를 대상으로 통화통합
제1차 참가국을 선정하고 EMU운용의 핵심인 유럽중앙은행(ECB)이 설립되기
때문이다.

유럽전문가들은 제1차에 많은 회원국들이 참가할수록 EMU의 앞날이
순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요즘 EU를 주도하는 "삼두마차"인 독일 프랑스 영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통화통합작업이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유러화를 기축으로한 유럽은 세계최대의 단일통화권으로
탈바꿈될 게 확실하다.

유럽연합의 경제규모(GDP)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등 현재 예상되는
8개 회원국이 제1차로 EMU에 가입한다해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2%(99년 예상치)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의 강대국으로 떠오른다.

EU 15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할 경우 26.3%로 경제대국인 미국(25.5%)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럽의 단일통화인 유러화는 통화통합후의 경제규모에 힘입어 미국
달러화에 필적하는 기축통화로 부상할게 확실하다.

주목되는 점은 유러화가 그동안 달러화가 누려온 세계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어느 정도 빼앗느냐의 여부.

이는 시행초기 달러화에 대한 유러화 가치가 어느정도 강세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는게 통화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러화가 강세기조를 유지할 경우 달러화의 입지를 그만큼 약화시키고
그렇지 못할 경우 기축통화로서의 유러화 역할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U의 단일통화 달성은 역내 기업및 금융기관들의 대외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역내기업들은 환위험의 감소,자금조달비용 경감등으로 시장효율성이
크게 향상되고 대외경쟁력도 높아질것으로 기대된다.

역내 금융시장에는 단일통화 실현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날게 확실하다.

단일통화를 사용하게 되면 금융기관들의 외환수익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역내 금융기관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수성이 강한 유럽금융기관들간의 흡수.합병도 불가피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내 각국의 금융시장도 경쟁력이 있는 시장은 더욱 발전하는 반면
그렇지않은 시장은 쇠퇴하거나 증권 외환등 특정거래를 중심으로 분업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각국간 금융세율이 다를 경우 대규모 자본이동을 초래하기때문에
세율도 궁극적으로 단일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EU의 "경제통화통합화로의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최대관건은 참가대상국들이 EMU가입의 전제사항인 경제수렴조건을
어느정도 충족시키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경제수렴조건들인 물가 금리 정부의 재정적자 건전성등 5개항목을
올해중에 달성할수 있는 국가는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두나라에 불과한
실정이다.

각국의 국내정치및 경제사정도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정부의 재정적자 삭감이 실업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야당과 노조등이 EMU 가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여건들을 감안할때 EMU의 성공여부는 이달 하순의 프랑스
총선과 내년 9월로 예정돼있는 독일 총선결과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U통합작업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중 어느 한국가라도 EMU가입에
브레이크가 걸릴 경우 이는 EMU 위기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