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서유럽국가들에 참여의 길이 열린 조직내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석탄 철강분야를 공동으로 관리하자"

1950년 5월9일 오후5시.

로베르 슈망 프랑스외무장관은 내.외신기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러한
폭탄선언을 했다.

이른바 "슈망선언"이었다.

냉전구도하에서 유럽각국이 "사분오열"상태였던 당시 슈망외무장관의
발언은 충격적인 뉴스로 받아들여졌다.

전쟁주범국인 독일에 대한 울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산업의 꽃이었던 석탄과 철강을 상호 개방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발언이었다.

슈망선언이 있던 날을 "유럽연합의 날"로 정한 배경은 유럽공동의
"벽"을 과감히 허물고자 한 그의 강력한 "의지"가 오늘날의 유럽연합을
가능케한 모태였기 때문이다.

물론 슈망선언이 실현되기까지는 유럽연합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장
모네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됐다.

오늘날 유럽인들 가운데 5월9일이 유럽연합의 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슈망선언이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먼 훗날 유럽통합이 완료돼 5월9일이 유럽인들의 "공휴일"로
지정된다면 그는 모든 유럽인들의 기억속에 생생히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