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과 더불어 군비축소문제가 관심거리가 되어 있는 듯하다.

북한이 식량구걸을 하면서도 1백만명이 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고 국가
예산의 30%나 되는 엄청난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하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북한은 1백만명이 넘는 병력을 과감히 줄이고 군사비로
사용되는 예산을 식량문제 해결에 돌린다면 북한의 식량난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우리가 통상 "의식주"라는 표현을 쓰는데 반해 북한은 "식의주"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먹는 문제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하루 한끼를 제대로 먹지못해 풀뿌리까지 캐먹는다는데
그 엄청난 군사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식의주"보다 중요한 것이 군사력인
모양이다.

식량난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체제붕괴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마당에 과연 1백만명이 넘는 군대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또 비축하고 있는 군량미는 그대로 두고 전세계로 식량구걸을 하러다니는
것은 무슨 우스운 짓인가.

북한당국은 주민들을 기아의 고통가운데 방치하는 행위를 그만두고 하루
빨리 자구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은 지금의 북한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홍승주 < 서울 서초구 양재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