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웅 코치 무얼하고 왔어요? 어딜 혼자 갔다 오느냐구요?"

"아 네, 잠깐 거리를 걷고 왔어요"

공박사에게 편지부치고 왔다는 말을 숨긴다.

지영웅은 김영신 같은 여자는 처음이다.

그녀는 여행와서도 자기와 룸메이트를 안 하고 다른 여자와 자고
자기는 투어 가이드인 미스터 민과 자게 했다.

끊임없이 중년 여자들에게 시달려온 그로서는 너무도 의외의 대접에
어리둥절했지만 여비 일체를 김영신 사장이 대고 자기는 몸만 따라온
신세이니 절대 복종하면서도 저 여자는 정말 별종이다 싶다.

그러나 그들은 단 둘이 있는 기회만 되면 거침없이 키스와 깊은 터치를
했다.

일주일쯤 내연의 여자들에게서 해방되고 미국을 거쳐서 남미투어가
시작되니 일정이 빡빡해서 고된 속에서도 젊은 지코치의 몸은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다.

결국 자기가 확인한 것은 김영신 사장은 수녀기질이 있는 결벽증 환자
비슷한 여자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세상이 아니고 뭔가? 남자를 데리고 여행을 왔으면 자기를
슬쩍슬쩍 좀 터치해줄 것이지 아예 밤이면 모른체 이다.

그래서 지영웅이 김사장의 먼 친척동생이란 소개는 정설이 되어서
여행은 더욱 즐거워졌다.

그는 누가 자기를 연하의 지글러라고 멸시하는 시선으로 볼까봐
출발때는 무척 걱정하다가 배짱으로 떠났던 것인데 김사장은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동침만 안 했을 뿐 은밀하게 키스를 하거나 포옹을 했고 참을 수 없이
만들기도 했지만 아직 누구엔가에게 들키지는 않았다.

"눈가리고 아옹, 하하하하"

그들은 그렇게 웃으면서 정신적으로 절정에 다다르는 과정을 서로
음미하고 있었다.

"제발 젊은 몸을 죽이지 말아요. 나는 죽을 것 같다 이 말입니다"

"참아요. 이제 열흘만 지나면 우리는 일행에서 해방이 돼요"

"어떻게요?"

그는 진정 몸이 달아올라서 그녀의 유방을 슬쩍 터치한채 볼부은 소리를
했다.

그녀의 유방은 몰랑몰랑 부드럽고도 따뜻하다.

어머니의 젖무덤이 이럴까?

"누님, 저 좀 그만 놀려요. 나는 남자다 이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극기훈련을 해보고 있는 거지요. 지코치도 아주 총각무는
아니잖아요. 나는 섹스후에 오는 환멸과 허망에 대해서 잘 알아요. 그건
절정보다 더 절망적일 때도 있어요"

"맞아요. 나도 이런 아슬아슬한 상태가 사실은 더 행복해요. 나는 남의
이목을 무척 의식하는 놈이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내밀한 숲에 도달해 있는 자기의 손끝이 축축한
것에 놀라며 뜨겁게 점화된다.

그들은 지금 리마의 한 술집에 앉아 있었다.

칸막이가 잘 된 자리인지라 거의 방과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