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 시장점유율 20년 연속 1위. 애프터서비스 혁신 우수기업 연속 5년
1위. 팩스부문 고객만족도 1위..."

일본의 대표적인 사무기기업체 리코의 수상기록이다.

그만큼 리코의 "교과서"적인 효율경영은 정평이 나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최근 리코의 하마다 히로시 회장을 초청, "신경영혁신
최고경영자 조찬회"를 열었다.

이 강연에서 하마다 회장은 "이제 생산성은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란
뜻으로 바뀌었다"며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게 곧 경영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것이고 경쟁력의 요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신경영혁신"이라는 주제로 박유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과
하마다 히로시 리코회장간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이날 대담은 양봉진 한국경제신문 경제.국제 총괄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 편집자 >

========================================================================

<> 양봉진 부장 :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생산성"이 경쟁력의 절대적
요소였습니다.

그러나 고객만족같은 가치경영이 부상하고 있는 요즘에는 경영 전체에서
"생산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산성 제고가 어느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십니까.

<> 박유광 회장 : 90년대 들어서 경영 환경이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욕구가 다양해지고 경영환경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게 사실
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 즉 환경적응력
이 기업효율과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습니다.

따라서 생산성 운동이나 기업혁신 측면에서도 경영품질, 경영의 질이 중심
테마가 됐습니다.

"양의 생산성"에서 "질의 생산성"으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하마다 히로시 회장 : 일본에서도 최근들어 생산성의 개념이 "고객에게
도움을주는 것"이라는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고 고객만족도를 높이는게 생산성을 향상
시키고 경영의 질도 끌어올리는 길입니다.

기업의 주된 활동은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익이 창출되는 논리도 마찬가지지요.

고객에게 효율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업은 이익을내고 그렇지 못한 비효율적
인 기업들은 적자를 낼 수 밖에 없습니다.

<> 양부장 :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생산요소는 크게 자본과 인적자원
으로 쪼개볼수 있습니다.

노동생산성은 사람의 능력을 개발하는데서, 자본생산성은 규모화, 국제화
등을 통해 높여갈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람의 효율성을 높이고생산시설 자체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까.

<> 하마다회장 : 기업은 여러 복잡한 요인이 얽혀서 돌아갑니다.

따라서 경영자들이 사람과 자본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경영방침이
크게 좌우되죠.

일본에서는 흔히들 사람과 물건(시설), 돈(자본) 그리고 정보를 경영의
4대요소로 꼽습니다.

그러나 이들 요소중 경영의 주체는 역시 사람입니다.

사람이 나머지 3개 요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집니다.

이점을 경영자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그회사 전체적인 움직임과
자세가 달라질 것입니다.

<> 박회장 : 하마다 회장은 인간중심의 경영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납득경영" "기여의 경영"같은 독특한 경영을 내걸고 계시죠.

회사임직원 전체의 합의를 거치고(납득의 경영), 또 구성원 각자가 회사에
뭘 기여할 수 있나를 생각하도록(기여의 경영)하는 것입니다.

<> 양부장 : 리코처럼 대기업에서 조직원들을 납득시키고 합의과정을 거쳐
경영한다는게 쉬운일은 아것으로 봅니다.

납득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이 있다면.

<> 하마다회장 : 납득경영에는 정보공개가 전제돼야 합니다.

과거에는 일일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했지만 이제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투명성을 확보하기 쉬워졌죠.

납득경영을 위해서는 경영자의 사상이나 철학이 모든 사원들에게 공개돼야
합니다.

회사의 나갈 방향이라든가 지금 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 내걸고 있는
테마가 회사안팎에 깊숙이 침투돼 있어야죠.

그런 면에서 정보의 공개, 확산에 가장 큰 공헌을 한게 복사기가 아닌가
합니다.

과거 정보가 통제됐던 동유럽권에서 가장 부족했던게 복사기와 팩스
였습니다.

그런면에서 복사기는 문화의 척도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 양부장 : 그 복사기도 이제 개념이 변하고 있습니다.

종이에 복사하던 기존방식에서 벗어나 전자복사, 버추얼복사 시대로
들어섰습다.

미래 상품에 대한 비전, 상황변화에 대한 적응력 함양능력이 최고경영자
(CEO)의 주요기능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복사기의 세대교체에 대응한 하마다 회장의 전략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 하마다회장 : 정보량이 많아지다보니 복사에 쓰이는 종이량도 증가
했습니다.

종이 수요가 늘면 벌목도 급증하게 마련이고 그 결과 자원고갈이나 환경
문제를심각히 우려할 수준에 왔습니다.

따라서 종이없는(paperless) 복사의 중요성은 더해졌습니다.

리코도 페이퍼리스복사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고있습니다.

리코는 유럽, 미국과 공동으로 CD-R이라는 페이퍼리스 복사방식의 새로운
매체를 생산.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리코는 월간 2백50만장의 CD-R를생산하고 있습니다.

보급이 확산되면서 생산량은 해마다 2배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 양부장 : 기업이 제아무리 첨단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요소를 잘 엮어
효율적으로 경영을 해도 외부요인이 좋지 못하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습니다.

예를들어 정부의 생산성, 정부의 시스템등이 제약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규제완화, 규제철폐를 주장하는 논리가 여기서 나온다고 봅니다와 일본은
현재 정부차원의 규제완화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입장인데요.

<> 하마다회장 : 일본에서는 현재 규제철폐 또는 완화의 철학과 관련해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가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규제는 완화할게 아니라 완전 철폐하되 사회적규제는 철폐보다는
가능한 줄이는 방향으로 가자는 쪽입니다.

경영의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시장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사고방식
이죠.

일본에는 "호송선단형" 규제란 말이 있습니다.

수많은 배가 무리지어 항해할때는 뒤쳐지는 배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낙오된 배를 보호해 주는 차원에서의 규제를 일컫는 것입니다.

이런 보호적 규제까지 철폐한다면 실업자가 증가할테지요.

따라서 규제를 철폐하면서 실업자가 증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는 목적
을 달성할수 없습니다.

일시적인 실업율 증가는 감수하더라도 시장주의에 입각해 산업구조 전체를
재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회장 : 과거를 돌이켜 볼때 지원등을 통해 보호된 산업은 크게 발전
하지 못한 반면 수출지향형 산업은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했습니다.

정부의 규제나 보호가 적고 경쟁이 많은 부분이 상대적으로 빨리 발전했다
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러나 규제를 완화한다는건 참 어렵죠.

규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능, 조직을 같이 엮어서 검토를 해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양부장 : 효율성 극대화 방안의 하나로 기업분할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정보의 효율성과 개인의 창의력 발휘,환경 적응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작은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었다면 이제는 작은 것이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리코같이 덩치 큰 기업을 운영하시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십니까.

<> 하마다회장 : 지적하신 관점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자보다 더크게 사업을 해보자. 그러면 이길수 있다"는게 지금까지의
경영태도였습니다.

큰것이 이기는 논리였죠.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누가 먼저 무엇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경영자들은 뭣이든지 크게 하고 싶어하는 일종의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경우에 따라 잘 구별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입니다.

<> 박회장 :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죠.

벤처기업은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전문성과 창의성을 고도로 발휘할수 있는
조직입니다.

결국 경영의 질을 높이는데는 이런 유연한 조직이 유리한 셈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규모의 대소만이 모든걸 결정하는것은 아닙니다.

예를들어 보잉과 맥도널더글라스는 록히드 마틴에 대항하기 위해 합병
했습니다.

경영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뭐냐에 따라 크게도, 작게도 변하는 것이지요.

<> 양부장 : WTO출범과 함께 국제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 모두 국제감각에서는 좀 쳐지는 편입니다.

국제화물결을 제대로 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박회장 : 역시 외국어 교육이 중요합니다.

네덜란드나 벨기에등 유럽의 작은나라 사람들은 보통 3-4개 언어를 하죠.

그런면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양대시장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영어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어까지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발표력과 창의력도 국제화시대에 중요한 덕목입니다.

신속한 적응력, 창의력이 지배하는 시대가 올테니까요.

<> 하마다회장 : 영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영어를 못하는 국민은 그만큼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영어교육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죠.

인터넷시대가 본격화되면 영어의 중요성은 훨씬 더해질 것입니다.

유머센스도 외국인과의 교제에서 언어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영어는 못해도 유머센스가뛰어나 외국인과 아주 친해진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 좋고 노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는
감각으로는 국제화시대를 살아가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

유머는 일이 아니라 노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즈니스에도 이런 감각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국제무대에서는 더욱 그렇죠.

<> 박회장 : 기업의 국제화면에서 또 한가지 지적할수 있는게 환율문제죠.

2년전 엔고가 기승을 부릴때 일본기업의 시대가 가는구나 하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기업들은 오히려 그 기회를 이용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꾀하면서 환율변동에 강한 체질을 만들었습니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79엔대까지 내려가자 도요타는 환율 65엔기준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수출할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고 합니다.

이제는 엔.달러 환율이 1백26엔 전후까지 갔으니 세계 시장점유율 15%는
확보할수 있다고 장담한다지요.

리코는 수출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환율에 영향을 덜 받는 기업인데도
환율변동이 끄덕없도록 체질을 개선시켜 놓았다고 들었습니다.

<> 하마다회장 : 과거 리코는 엔화가치가 1엔 절상될때마다 8억엔씩 손해를
봤습니다.

이제는 1엔당 손해액이 절반인 4억엔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달러에 대한 엔화환율이 76엔까지 올라가도 이익은 남길 수 있는 체질이
됐죠.

그만큼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놓는등 국제화를 진행시켰기 때문입니다.

양의 경영에서 질의 경영으로 체질을 강화하는 면에서도 환율문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국제화라는 큰 흐름속에서 환율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기업이라면 바람직
하다고 볼 수 없겠죠.

어떤 환율변동에도 견딜수 있도록 저항력을 강화한 기업이라야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리코는 환율변동에 대한 적응능력을 2배 강화한 셈입니다.

<> 양부장 : 80년대초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경제는 미국을 완전히 눌러
버린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서 일본은 정체기에 들어선 반면 미국은 다시 경쟁력을
회복해서 수퍼파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세계 첨단기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기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터넷을 비롯해 모든 정보의흐름도 영어로 돼 있어 그런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 하마다 회장 : 어떤 나라건 변화의 물결은 있게 마련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지요.

한때는 일본이 전세계 제조업계를 제패했다는 과대평가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쇠퇴기에 접어든게 아닌가, 미국에 결코
못따라가는게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라는게 그렇게 쉽사리 올라갔다가 갑자기 내려 가는게 아닙니다.

물론 우려해야할 면도 있지만 극단적으로 비관만 할 것도 없다고 봅니다.

세계는 지금 각 나라의 특징과 기술을 잘 활용해 경쟁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등 하드웨어면에서는 미국보다 한국, 대만, 동남아등 다른
나라가 더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 컴퓨터와 화상처리를 융합하는 부분에선 일본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국마다 각각의 분야를 분담하는 시대가 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리=노혜령 기자>

========================================================================

[ 약력 ]

<> 하마다 히로시 회장 <>

<> 33년 일본 도쿄 출생
<> 57년 동경대 경제학부 졸업
<> 57년 리코 입사
<> 83년 리코 대표이사 사장 취임
<> 96년 리코 대표이사 회장 취임

<> 박유광 회장 <>

<> 41년 충남 출생
<> 66년 서울대 법대 졸업
<> 71년 미국 씨라큐스대 맥스웰대학원 졸업
<> 66년 경제기획원
<> 73년 주시카고 영사
<> 88년 경제기획원 차관보
<> 97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