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산회는 재경 대전고 42회 (63년 졸업)의 산악동호회다.

사총일 초대회장 등의 발의로 지난 91년 1월 시작됐다.

송영택 최원규 현봉길 회장 등이 2,3,4대회장을 거치는 동안 가장
활성화된 모임이 됐다.

36명의 회원들이 거의 매주 산행을 하고 정회원뿐만 아니라 수시로
참여하는 특별회원 (정회원이 아닌 재경 동기)들도 상당수다.

회원의 절반이상이 부인과 함께 모임에 참석한다.

부인들의 참여도는 매우 열성적이다.

부군이 일이 있을 때는 부인회원만 남편의 동기들과 같이 산행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문에 이웃들은 회원들을 이성친구(?)가 많은 부부로 아는 경우도
많다.

물론 매주 부부끼리 소풍을 가는 집이라서 휴일에는 약속이 불가능한
집이라고 인식한다.

능산회의 모임터는 북한산의 구기터널입구다.

매월 둘째 일요일 오전10시면 정기산행을 위해 회원들이 이곳에
집결한다.

모임의 때와 장소를 일정하게 한 것은 어떤 동기라도 불쑥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서울 근교의 산도 섭렵하지만 지방근무를 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예의없는 습격산행(?)도 하기도 한다.

설악산 속리산 오대산 계룡산등은 물론 민족의 성산 백두산과 한라산도
많은 가족회원과 함께 등정한 적이 있다.

고향 대전을 지키는 친구와의 랑데뷰도 한다.

대전에 있는 동기회의 산악모임인 능사이 (42.대전고 42회) 회원들과는
매년 5월 서울에서 함께 산행한다.

또 매년 8월에는 대전에서 합동산행을 실시하고 때로는 제3의 장소에서
무박등산을 하기도 한다.

산행중에는 가끔 누군가가 선창으로 노래판을 이끈다.

고교시절 배운 이태리가곡에서 흘러간 옛노래 그리고 최신가요까지
모두가 스스럼없이 목청을 높인다.

평일 직장에서 근엄한 모습은 사라지고 허물없는 친구들과의 산행으로
스트레스도 확 풀린다.

산에서 만날때마다 우리는 모두가 타임머신을 타고 35년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모두들 고교시절의 순수함과 패기만만함을 간직한 틴에이저가 되고
만다.

이번주 일요일에도 능산회회원들은 산상 야외부페모임을 갖는다.

등산용컵에 소주를 가득 채워 신이 허락하신 건강에 감사드리며 우리의
구호를 외친다.

"이상은 높게" "우정은 깊게" "술잔은 평등하게".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