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합디다. 그런데 그건 사공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기 말만 말이다’ 해서 그래요. 상대가 누구든 몸을 낮추고 귀 기울이면 버릴 말 하나 없어요. 귀만 열어둬도 분명 더 좋은 곳에 도착할 겁니다.”가끔은 드라마가 더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드라마 시티홀의 한 장면에서 말단 공무원이 시장이 돼 돌아왔을 때 시의회 의장이 조언을 건네는 장면을 보고서 나는 묘한 기시감에 빠졌다.그 기시감의 뿌리를 오래전 기억에서 찾았다. 들어줄 사람을 찾아 헤매야 했던 그때, 그날들의 기억.당시 나는 평범한 가정의 아내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녹색 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꼬박 9년, 아이들과 통학을 함께했다. 그렇게 학교와 지역의 일을 소소하게 돕던 그때, 통보 하나가 떨어졌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가 하루아침에 국립에서 공립으로 전환된다는 교육부의 방침이 내려진 것이다. 행정 편의에 따라 이뤄진 일방조치였다. 방침 하나로 공교육의 산실인 학교를 허물어지게 둘 수 없었다. 부당함을 전달하려면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사방을 뛰어다니다가 지역 국회의원을 만났다.내 말을 들어준다고 해서 문제가 당장 풀릴 거란 보장은 없었다. 그럼에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동아줄을 잡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이게 내가 느낀 첫 정치의 효용감이었다. 나는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 정치의 필요를 발견했다. 그렇게 평생 무관할 것 같았던 정치가 내 일상으로 들어왔다.이후 정치를 돕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주저했다. 과연 정치가 내 일이 될 수 있을까 몇 번이고 자문했다. 그때 그날 내가 경험한 정치의 효용을
세계를 놀라게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혁명이 시작된 지 2년여가 지나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AI 패권전쟁이 점입가경이다. AI는 이제 국가와 기업의 미래 명운을 좌우할 핵심 전략기술로 부상했다. 시장 지배력과 물적·인적 자원에서 절대적 열세인 한국으로서는 무모한 전면전보다 우리의 강·약점, 기회·위협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 기반을 둔 현명하고 실속 있는 국가 AI 전략이 시급하다. 일본 대함대를 대양이 아니라 좁은 울돌목에 끌어들여 대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과 같은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결론적으로 한국의 AI 전략은 철저한 ‘선택과 집중’이어야 한다. 우리의 강점 분야에 집중해 세계 최고 수준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이다. 정부 부처나 산학연 각계 전문가 그룹은 자기 분야를 앞세우는 이기주의와 모두 하겠다는 무모한 이상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 AI 전략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미국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중국 딥시크의 량원펑 최고경영자(CEO)의 선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AI 역량을 가진 중국도 자국 특유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AI 전략은 외부 환경 및 내부 역량의 정밀 분석을 바탕으로 분야별로 ‘빠른 추격자’와 ‘선도자’ 전략을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 먼저 크게 보면 AI 원천기술은 빠른 추격자 전략, AX로 불리는 AI 대전환은 선도자 전략이 필요하다. AI 원천기술에서는 투자, 인프라, 인력 면에서 우리가 추종하기 어려운 압도적 ‘쩐(錢)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 중국과의 전면 경쟁보다 최근 딥시
1996년 미국 라이프지에 나이키 축구공을 한땀 한땀 바느질하는 한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이 실렸다. 소년의 나이는 12세, 그의 시급은 6센트에 불과했다. 이 보도 이후 나이키는 미성년자 노동 착취를 일삼는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혔고, 세계적인 불매운동에 시달려야 했다.20여 년 후인 2018년 나이키는 또 한 번의 보이콧을 겪는다.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과잉 진압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며 국민의례를 거부한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보수 성향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행보가 국민 갈등을 부추긴다며 이 회사가 만든 신발을 모아 불태웠다. 당시 1기 행정부를 이끌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끔찍한 메시지”라며 불매운동을 부추겼다.나이키의 사례는 보이콧 패턴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대다수 소비자가 공감할 만한 흠결이 드러났을 때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보이콧의 타깃이 된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22년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SNS에 ‘멸공’이라는 단어를 올린 후, 진보 성향 소비자들이 신세계 계열사를 겨냥해 불매운동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도마 위에 오른 기업은 테슬라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된 영향이다. 트럼프가 탐탁지 않은 진보 성향 소비자는 물론 DOGE 출범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 공무원들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보이콧은 거칠기 짝이 없다. SNS가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도 ‘무력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뉴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