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제주체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좌승희(50) 한국경제연구원 신임 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취임 포부를 밝혔다.

좌원장은 특히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제행위를 할 수 있도록
외부 여건을 조성하는데 있다"며 "앞으로 정부가 합리적인 기업정책을 수립
하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성과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포부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연구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민간주도 경세시대에 맞춰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논리나 내용면에서 일류 연구소를 지향하겠다"

-그동안 한경연의 연구결과물에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데 불과하다
지적이 있다.

앞으로 어떻게 공정성을 확보할 생각인가.

"한경련이 전경련의 부설기관인 만큼 객관적인 연구 성과를 내놔도 이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발전은 곧 기업과 같은 민간주체들이 활동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정책이 바뀌도록 해야 한다.

선입견을 버리고 무엇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시각에서 평가해
주길 바란다"

-정부정책을 바꾸는 것이 중요 목표라고 했는데 한경련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연구결과가 대부분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외적 변수를 조정하는 것이고 내적변수를
결정하는 것은 민간 주체들이 할 일이다.

최근 대기업에 대한 비판의 초점이 되고 있는 사업 다각화를 예로 들면
그 자체가 좋은지 나쁜지는 경제학자든 정부든 누구든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대한 궁극적인 판단은 기업이 내리는 것이고 정부는 민단의 경제행위가
합리적으로 이루어 지도록 외생변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국책연구소(한국개발연구원)에서 민간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는데.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

이 벽을 깨지 않으면 공공부문의 경직성을 깨기 어렵다고 생각해 자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좌원장은 47년 제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 UCLA(경제학박사)를
거쳐 지난 85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해 왔다.

저서로는 "국제화시대의 한국경제운영" "한국의 시장개방정책" 등이 있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